매주 일요일밤 11시.

경기도 과천 시민문화회관 지하 아이스링크에는 육중한 몸집의 젊은이들이
완전 무장하고 얼음판을 가르며 경기한다.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상대선수와의 격렬한 보디체크.

상대편 블루라인에서 때리는 강슛과 출렁거리는 골네트.

이들의 표정에서는 IMF체제의 어려움과 짓눌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과 활력이 땀으로 젖은 얼굴에
배어 있을 뿐이다.

실내링크를 열기로 녹이는 이들은 "만도기계 아이스하키 취미반"회원들.

새로운 시작을 위해 세상사람들이 평온하게 잠이 들 일요일밤 11시에
아이스링크로 모여들어 무장한다.

96년 4월, 당시 만도기계의 실업팀인 "위니아 아이스하키팀"이 창단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내 취미반이 결성됐다.

초기에는 모두 60여명의 회원이 가입했지만 운동자체의 격렬함과 활동시간의
특수성 때문에 지금은 40여명으로 줄었다.

다른 회사 아이스하키동호회와 정기적으로 시합을 치르고, 공동훈련도
자주 실시하고 있다.

몇년전 아이스하키를 소재로 했던 TV미니시리즈 "아이싱"의 출연진과도
수차례 친선경기를 가졌다.

회사가 지난해 12월 부도이후 빠르게 정상화되고는 있지만 안팎의 상황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한때는 아이스하키반 운영을 중단해야 할 위기도 겪었다.

하지만 역동적인 아이스하키의 매력을 잊지 못한 회원들은 누구의 주도없이
하나둘 아이스링크로 모이기 시작했다.

새벽 1시10분.

운동을 마친 회원들이 탈의실로 몰려든다.

헬멧을 벗은 머리에는 뜨거운 김이 피어 오른다.

격렬한 운동이었지만 뿌듯한 미소가 만면에 그득하다.

아침이 되면 사람 누구에게나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그러나 이들은 그 누구보다 더 찬란한 아침해를 맞는다.

천성영 < 만도기계 아이스하키반 회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