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요즘 때아닌 "내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 정부들간의 "기업유치전"이 그것이다.

세금을 파격적으로 깎아 주겠다고 하는가 하면 현찰공세를 펴기도 한다.

허드슨강을 끼고 동쪽과 서쪽에 위치한 뉴욕주와 뉴저지주간의 힘겨루기가
대표적인 케이스.

최근 뉴욕에 있는 뉴욕 포스트가 본사를 뉴저지로 옮기겠다고 했다.

그러자 뉴욕 주정부는 이 신문사에 컬러인쇄 공장을 지어 무상으로 임대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뉴저지쪽에서는 공장부지를 거저 주겠다고 반격에 나섰다.

양측은 지난 5월에도 뉴욕증권거래소(NYSE) 이전문제를 놓고 10억달러
(1조2천억원) 상당의 지원책을 서로 내놓고 신경전을 벌였었다.

유치대상은 국내기업 뿐이 아니다.

얼마전 메르세데스벤츠가 미국에 공장을 짖겠다고 하자 알라바마 등 5개주
가 물량경쟁을 벌인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주마다 기업유치를 위해 개발도상국에까지 "사절단"을 보내는건 새로운
일도 아니다.

때로는 현지의 기존공장이 문제를 삼을 정도로 선심공세를 편다.

실업을 줄이고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데는 체면도 없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본사를 지방으로 옮기는 기업과 금융기관을 우대하겠다고 대통령이 직접
밝혔지만 그걸로 끝이다.

기업도 그렇고 지방자치단체들도 "남의 얘기"쯤으로 듣고 있다.

그렇다고 "돈"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다.

가장 재정상태가 좋다는 서울시의 재정자립도 마저 56%밖에 안되는게
우리 지자체 살림살이의 현주소다.

한푼의 달러가 아쉬운 판에 제발로 들어온 다우코닝을 쫓아 버린게 이
나라다.

위기극복을 위해 미국에서 "선진제도"를 배우기에 앞서 우선 "정성"부터
본받을 일이다.

박수진 < 국제부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