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라운딩을 하면서 가끔 듣는 이야기가 있다.

한국의 어느 훌륭한 재벌총수가 티샷할 때 쓰이는 그 자그만 티를 꼭 찾아
줍는다는 것이다.

보통사람들도 티 하나쯤은 가볍게 알고 없어져도 별 신경 안쓰는데 대재벌
총수가 그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을 꼭 챙기는 모습이 전혀 격에 맞지 않을
것이라는 뜻에서 화제가 된 것같다.

분명, 값으로 따지면야 몇원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그 쓰임새에 있어서는
큰 것 못지 않게 유용하기 때문에 값에 상관없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분의
철학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우리는 큰 것을 좋아하고 많은 것을 양적인 논리로 추구하려는 때가 많다.

무엇이든지 크게 생각하려하고 큰 것을 추구하다보면 작은 것은 저절로
해결되리라는 막연한 논리를 내세우기도 하고 아예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고
작은것에 신경을 쓰는 사람을 무조건 그릇이 작은 사람으로 매도하기도 한다.

많은 우리 국민들이 일본 사람들을 축소지향형이라고 해서 째째한 국민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사실 작은 것에 큰 신경을 쓰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각종 건설공사만 보더라도 우리는 빠른 시일안에 전체 골격이나 주공정,
그리고 외관 등을 어떻게 빨리 마무리하느냐에 주안점을 두지만 일본사람들은
그보다도 보이지 않는 작은 구석구석의 끝맺음을 어떻게 잘 하느냐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우리가 생각하고 배워야 할 점이 바로 이것이라고 본다.

1페니를 우습게 아는 사람은 그 1페니 때문에 울게 된다는 말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Small is beautiful"이라 한다.

작은 것의 미학, 그러나 작은 것은 단지 아름다움에만 그치지 않고 훗날
우리에게 큰 것을 가져다 줄 수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이를 높이 사야한다.

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삶이 더 큰 결실을 얻을 수 있을 때가 많기 때문에
그 가치를 바로 인식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인 모순들도 따지고
보면 우리가 너무 큰것만을 추구하고 작은 것을 소홀히 한데서 온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그것이 지니고 있는 가치는 양으로만 평가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규모는 작지만 기술력이 있는,그래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층이
두텁게 형성돼야 경제의 뿌리가 튼튼하게 되고 그래야만 환란같은 경제위기도
초래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강선중 < 크로바프라스틱(주) 사장 SJKangCP@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