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 생명보험시장에는 새로운 기록이 나왔다.

8개 대형생보사의 개인보험 계약고가 사상처음으로 마이너스 신장세(-2.4%)
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 침체와 닛산생명 파산으로 인한 해약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손보사와 외국계 보험사의 진출로
영업여건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시장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삼성 대한 교보 등 대형사는 물론 모든 생보사들은 지난해말이후 올초까지
밀려든 해약사태가 크게 진정됐으나 신규계약 유치는 정체를 보이는 전형적인
불황기에 접어들었다며 초긴장하고 있다.

여기에 오는 8월로 예정된 부실보험사 퇴출이후 보험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져 잠잠해진 해약사태가 터져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보험구조조정이후 대형사와 중소사간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올하반기 은행 투신의 기업연금 시장참여와 5대그룹의 시장진출은
생보업계의 전방위 경쟁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삼성 교보 대한 등 대형 3사는 이같은 여건변화에 대응, 보험영업전략을
전면 재검토하는 동시에 자산운용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의 큰 틀을 짜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고 질과 효율을 중시하는 내실추구를 그 바탕에
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기존보유계약에 대한 관리에 보다 철저히 나섬에 따라 포화상태로
치닫는 국내보험시장에서의 기득권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교통상해보험시장에서 기대이상의 실적을 거둔 점을 감안해 제3보험분야
공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변액보험 같은 선진형 상품 개발을
통해 타 금융권과의 경쟁에 대비한다는게 이들 대형사들의 생각이다.

생보업계의 관심중 하나가 바로 대한생명의 행보.

현재 추진중인 미국 메트로폴리탄생명으로부터 10억달러의 초대형 자금
유치가 성사될 경우 이 회사가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생보 빅3으로서의 국내 위상에다 미국계 대형 보험사와의 파트너라는
대외이미지를 십분 활용할 경우 삼성 교보와의 힘겨운 싸움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다.

예상대로 대한은 올 하반기 전략중의 하나로 "시장선점의 전략영업"을
전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모든 부문의 거품과 군살을 제거, 생산성을 높이는 한편 종합금융 서비스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총자산 3조원대에 들어선 제일 흥국생명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보수적인 전통을 갖고 있는 이들 생보사는 향후 예상되는 업계 재편과정에서
자신들의 위상을 정립하는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일생명은 지난 6월 고효율을 겨냥, 대대적인 기구 개편을 단행한데 이어
틈새상품 개발 및 상품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통해 대외경쟁력을 키워나가는데
주력하기로 했다.

또하나의 관심은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신설사와 외국사들
의 발걸음이다.

특히 한국푸르덴셜과 네덜란드 등 일부 외국사들은 "작지만 알찬"보험사라는
특화전략이 국내시장에 맞아떨어지면서 급속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내국신설사와 지방사중에서도 지급여력부족 등 결점에도 불구하고 대주주들
의 적극적인 지원아래 경영정상화를 서두르는 곳이 적지 않아 당국의 구조
조정이후 생보시장에 신흥강자로 부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존사 내국신설 합작 지방사 등 4개 그룹으로 나뉘었던 생보업계의 구분
마저 이젠 없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기존사그룹에서 탈락하는가 하면 그동안 출범 10년차에도 불구하고 "신설사"
닉네임을 감수해야 했던 회사중에서도 대형사그룹에 당당히 동참하는 곳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