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섹스는 본능적인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학습된 현상이다.

인간의 섹스행동은 극히 일부분만이 본능적이다.

인간역시 동물과 마찬가지로 종족보존의 본능이 있기때문에 섹스는
두사람사이에 아무런 감정이나 즐거움을 느낄 수 없어도 가능하다.

그러나 오늘날 섹스를 종족 보존의 관점에서만 접근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따라서 섹스에 대한 학습이 점점 필요해지고 있다.

성적으로 눈을 뜬 남자들이 여성의 옷자락에 감추어진 젖가슴을 보고
싶어하고 브래지어를 벗겨 젖가슴을 만져보고 싶어하는 충동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행동들은 흔히 남자들에게 심적 변화를 일으킨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을 성적행동으로 느끼게 하기위해서는 학습이 필요하다.

젖가슴을 만지는 것과 생식기관에 흐르는 피와는 자동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섹스에 대해 배워야 한다.

흔히 성을 배운다고 하면 테크닉을 배우는 것으로 이해하기 쉬운데 필자를
찾아오는 대부분의 성기능장애자들이 테크닉때문에 기능장애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특히 개방적인 성풍조속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도처에서 과도한 성적 자극을
받고 있지만 성문제에 관한 올바른 안내와 교육을 받을 기회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여름철 장티푸스에 걸리지않도록 하기위해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가서 예방주사를 맞힌다.

마찬가지로 요즘과 같이 성적자극이 도처에 존재하는 경우에는 올바른
성교육을 시행해야만 성의 부정적인 측면, 즉 혼전임신, 성병 아동학대와
같은 피해로부터 자녀들을 예방할 수 있다.

그리고 성생활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불필요한 고민과 죄의식 등을
예방해줄 수있다.

이같은 교육을 누가 시킬 것인가.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들로부터 낯뜨거운 질문들을 받으면 당황하거나
"나중에 크면 자연히 알게된다"는 등의 대꾸로 회피하기 일쑤이다.

그럴수록 아이들은 호기심만 왕성해질 뿐이다.

필자는 부모가 자녀의 성교육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것은 학교에서 해주는 성교육보다 효과적이다.

무엇보다도 자녀의 미묘한 성격을 부모만큼 파악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성의학자들은 한결같이 부모가 자식의 성적인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대화를 나눈다면 특별한 사고가 일어날 수없다고 지적하는 것을 유념하기
바란다.

유계준 < 광주 세브란스 정신병원장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