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가는 방학이 시작됐지만 전혀 방학같지가 않다.

유례없는 경제난과 취업난으로 대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의미의 "방학"이
없어졌다.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최근 서울시내 각구청별 행정보조 아르바이트생 모집에 신청자가 쇄도,
공개추첨을 해야했다.

새벽 인력시장도 대부분 실직자들로 꽉차 끼어들 틈이 없어 몸으로 떼우는
일도 찾기가 힘들다.

"백수"학생들이 아침 일찍부터 도서관에 출근하는 바람에 대학도서관은
방학중에도 문전성시다.

정작 공부해야할 재학생들이 졸업.휴학생에 밀려 자리를 잡지 못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붐을 이뤘던 어학연수는 남의 나라 얘기.

신입생들도 선배들의 고통을 목격, 방학때 외국어학원에 등록해 공부하는
학생이 많다.

이에 따라 대학가에는 일단 시간을 벌고 보자는 "IMF휴학생", 졸업후에도
대학가 주변에 머무는 "캥거루족(모라토리엄족)" 등이 늘고 있다.

취업한파를 견디다 못해 외부와 연락을 끊고 외출마저 삼가는 "잠수족"과
졸업한뒤에도 학교도서관을 지키는 "반지족"이 급증하고 있다.

과외시장의 "빙하기"는 대학생 아르바이트에 가장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한달에 30만~40만원 하던 과외비가 20만~30만원대로 떨어졌다.

그나마 자리를 구하기라도 하면 다행.

외국어대 4학년 이모(25)씨는 중학교 1학년생을 1주일에 두번 가르치고
한달에 20만원을 받고 있다.

몇달 전만 해도 30만원을 받았으나 학부모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 10만원이
삭감됐다.

한양대 국문과 1학년 최모(20)씨는 학부모가 돈 마련하기가 힘들다며
과외를 포기하는 바람에 "실직"했다.

최씨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친구들 3명가운데 1명은 과외를 했는데 요즘엔
10명 중에 1~2명도 안된다"고 말했다.

휴학을 한뒤 취업에 유리한 학과에 다시 진학하려는 "IMF 재수생"도 늘고
있다.

군에서 제대한뒤 지난 3월 복학한 임모(24.서울 D대 경제학과3)씨는 최근
고심끝에 휴학했다.

11월 치러질 수능시험에 도전, 컴퓨터학과에 진학키로 결심했다.

서울 S대 유전공학과에 입학한뒤 1학기를 다니던 박모(19)군도 세무대나
교원대로 진학하기 위해 학업을 접었다.

연세대 취업정보실 김농주 취업당당관은 "일반사무직 단순보조직 과외 번역
등 아르바이트 자리가 눈에 띄게 줄었다"면서 "여름철 방범아르바이트나
수영장안전요원 자리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 이건호 기자 lee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