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퇴출은행 직원들의 조직적인 반발로 인수업무및 금융거래가 마비된지
사흘째인 어제 오후부터 동화 동남 경기 등 일부은행의 입출금업무가
부분적으로 재개된 것은 불행중 다행한 일이다.

예금인출이 안돼 발을 구르는 고객과 부도위기에 몰린 기업의 딱한 형편을
생각할 때 퇴출은행 직원들은 하루빨리 직장에 복귀해 업무인수에 협조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태가 이렇게 악화된데 대해 일차적으로 관계당국의 준비부족과
서투른 일처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퇴출은행 직원들의 집단이기주의는 더 큰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은행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는 오랜 믿음이 뿌리채 흔들린 충격 때문에
가뜩이나 불안한 판에 금전출납을 멋대로 하고 비밀번호를 조작해 전산망을
마비시키는가 하면 심지어 중요서류를 함부로 폐기처분한 의혹마저 있다니
서비스와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고 생계위협을 받게 된 심정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범법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으며 여론의 비난도 피할 수 없다.

퇴출은행 직원들은 고용승계및 퇴직위로금 지급을 요구하지만 인수은행도
감원해야 할 판에 고용승계를 받아들이기 어려우며 막대한 부실채권을
국민세금으로 메꿔야 할 처지에 퇴직위로금을 요구할 명분도 없다.

더구나 거래고객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볼모로 잡고 협박하는 것은 결코
허용할 수 없는 일이다.

왜 하필 우리냐 그리고 열심히 일해온 우리가 무슨 책임이 있느냐는 불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차피 부실이 심한 일부은행의 퇴출은 불가피하다.

그리고 은행부실의 주범은 정경유착과 관치금융이지만 은행원들도 책임이
없지 않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토록 고집했던 자행출신 은행장들의 경영실적은 어떠했는가.

투서난무나 불법적인 돈세탁, 그리고 수많은 금융사고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또한 은행원들은 거래기업의 부실징후를 정말 낌새도 챌 수 없었는가.

금융산업 구조조정은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

기왕에 가야할 길이라면 남은 과제는 희생을 최소화하고 뒷날을 기약하는
것이다.

2차대전 초기 영국군의 덩케르크 철수작전 성공이 뒷날 노르망디 상륙
작전을 통한 대반격을 가능하게 했듯이 질서있는 퇴출이야말로 국내금융산업
경쟁력강화의 첫걸음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퇴출은행 직원들은 사태 수습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경영진이 눈물을 흘리며 부실경영에 대해 사죄하고 직원들은 밤새워
청산작업을 완수했던 일본 야마이치 증권사의 투철한 직업정신을 본받지는
못할 망정 은행경영 뿐만 아니라 직업윤리마저 형편없다고 비난받는 것은,
금융인으로서 두번 죽는 일로서 절대로 피해야 하지 않겠는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