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법은 원칙적으로 부부간에 각자 별도로 재산을 가지는 부부별산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남편의 빚이나 부인의 빚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상대방
배우자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부부가 재산을 공동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재산을 나눠서 가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인이 빚을 얻어 쓴 경우에 그것이 가정생활을 꾸리기 위한
부득이한 것이었고 남편의 동의나 승락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남편에게도 그 부분에 대하여 책임이 있게 됩니다.

서씨의 부인은 3년전에 남편몰래 다른 사람으로부터 여러번에 걸쳐서 약
2백만원의 돈을 빌려 썼습니다.

그런데 부인은 그동안 이 빚에 대해서 이자만 갚고 원금은 한푼도 갚지
못했고, 그러자 문제가 생겨서 결국 서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인은 동네 사람들과 심심풀이로 화투를 하다가 그만 깊이 빠져들게
되었고, 그래서 빚이 2백만원이나 늘어난 것이었습니다.

서씨는 처음에 채권자에게 돈을 갚을수 없다고 했지만 채권자는 서씨에게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고, 그래서 서씨는 할 수 없이 부인의 빚을 매달
3만원씩 갚아주기로 했습니다.

최근 채권자는 남은 원금을 한번에 갚아줄 것을 요구해 왔고, 만일 갚지
않으면 직접 서씨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돈을 받아가겠다고 하고 있는데
만일 채권자가 재판을 하면 서씨가 이 돈을 갚아야 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부인이 남편 몰래 진 빚은 남편이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이 원칙이고 단지 부인이 빚을 지게 된 원이 가정생활을 꾸리기 위한
것으로서 남편을 대리해서 꾼 것이라고 인정될 경우에 한해서 남편에게
책임이 인정될 뿐입니다.

그런데 서씨의 경우에는 부인이 빚을 지게 된 원인이 노름으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가정생활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그래서 서씨가 그 돈을 갚을 이유는
없는 겁니다.

하지만 서씨의 경우에는 자기가 부인이 진 빚을 갚을 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갚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그 빚을
갚아야만 합니다.

다만 서씨가 부인이 진 빚을 갚겠다고 약속을 했을때, 매달 3만원씩 갚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에 채권자가 지금 나머지 원금을 전부 갚으라고 하더라도
이에 응할 필요는 없고 일단 매월 3만원씩만 갚으면 되겠습니다.

채권자가 서씨를 상대로 재판을 하더라도 서씨가 대신 갚기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매월 3만원씩 갚기로 했다는 점만 증명을 하게되면 서씨에게
불리한 판결은 내려지지 않을 겁니다.

< 변호사/한얼종합법률사무소 hanollaw@unitel.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