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개 퇴출대상기업명단 발표는 기업구조조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18일 이런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

비록 이번에 퇴출대상에서 제외된 기업이라도 앞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시행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것이란 경고를 보낸 셈이다.

이에따라 자연스레 회생가능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생가능한 기업의 네가지 부류로 나눠 진행된다.

5대그룹, 6-64대그룹, 기타대기업, 중소기업 등이다.

회생가능기업들의 구조조정책임은 20일까지 구성되는 구조조정팀
(워크아웃팀)과 은행공동의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칭)"가 전담한다.

여기에서 빅딜(대기업간 사업교환)을 포함, 계열그룹의 경쟁력강화를
마련한다.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추가퇴출이 가능하다.

따라서 1차 구조조정이 끝나는 9월말이면 기업지도는 상당히 달라질
전망이다.

<> 5대그룹 =7월말까지 기존의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재편해야 한다.

은행워크아웃팀과 외부전문가 기업이 함께 참여한다.

이 과정에서 회생이 힘들다고 판단되는 계열사는 수시로 퇴출된다.

특히 계열사간 상호자금지원이 완전 차단되기 때문에 퇴출계열사는 많아질수
있다.

계열사간 합병도 이뤄지고, 제3자매각도 앞당겨진다.

이를위해 은행들은 부채탕감과 대출금의 출전전환등을 통해 금융지원을
해주게 된다.

이중 주목받는게 빅딜.

빅딜이 이뤄지지 않으면 여신을 중단한다는게 정부 방침인 만큼 5대그룹이
구조조정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내몰리게 됐다.

<> 6-64개그룹 =그룹 전체적인 면에서 재편작업이 진행된다.

경우에 따라선 그룹이 해체될수도 있다.

구체적으론 조흥 상업 제일 등 8개 대형은행이 다음달 15일까지 구조조정
대상 그룹을 은행당 2개씩, 16개 선정한다.

이들은 그룹차원에서 완전히 개조된다.

이미 한일 동아건설 효성그룹은 그룹해체가 확정됐다.

진도 신원 우방 화성산업 등 협조융자그룹은 일부 계열사를 퇴출시키는게
불가피하다.

상당수 다른 기업들도 그룹이 해체되고 단일기업으로 남을 전망이다.

사실상 "재벌해체"가 진행되는 셈이다.

<> 기타대기업 =8개 대형은행은 은행당 10개씩, 80개를 구조조정대상으로
선정하게 된다.

이들 기업에 대해서도 64대그룹과 마찬가지의 워크아웃이 진행된다.

생존이 불투명하면 기업이 아예 흔적조차 사라질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사업부문을 정리할 경우 정상화가 가능하다면 금융권은 대폭적
인 자금지원을 하게 된다.

<> 중소기업 =은행당 여신이 10억원이상인 중소기업이 대상이다.

은행들은 이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심사를 실시, 우선지원기업 조건부
지원기업 기타기업으로 분류한다.

지원기업에 대해선 자구계획에 비례해 자금지원이 이뤄진다.

그러나 기타기업은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 퇴출대상기업 =기본적으로 55개 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된다.

방법은 크게 네가지다.

인수합병(M&A) 자산매각 청산 법정관리및 화의신청이다.

이중 자산매각과 청산이 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해태 3개사의 경우처럼 외국사에 대한 자산매각이 주종을 이루되 여의치
않으면 청산하는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물론 인수합병이나 법정관리신청도 생각해 볼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계열사통폐합의 경우 부채상환을 목적으로 할때만 허용
한다는 방침이다.

종극적으론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법정관리는 채권단이 꺼리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기업들이 법적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만일 법원이 법정관리나 화의를 받아들이면 문제는 좀 복잡해진다.

한편 퇴출기업정리방식과 관계없이 대부분 기업이 부도처리될 전망이다.

정리계획이 완성될때까지 대출회수를 자제하겠다는게 은행들의 생각이지만
제2,3금융권의 채권자들이 무차별적으로 어음을 교환할 것이 뻔하기 때문
이다.

<>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칭)의 역할 =회생가능기업의 구조조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될 기구가 바로 기업구조조정위원회다.

이 기구는 개별은행의 워크아웃팀과는 달리 1,2금융권과 제3자로 구성된다.

개별기업의 구조조정방향에 대해 채권금융기관들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조정작업을 하는게 이 기구의 역할이다.

이 기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퇴출대상기업선정에서 드러났듯이 은행의 이해에 따라 기업처리방안이
달라질게 분명하다.

이 경우 위원회가 교통정리역할을 담당한다.

빅딜도 바로 이 기구에서 처리될 공산이 크다.

개별은행들로선 핵심거래기업에 대한 부담을 덜수 있는데다 정부도 빅딜
방향을 직접 전달할수 있어서다.

해당 기업에 대한 부채탕감과 추가자금지원 출자전환도 여기서 논의되는건
물론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