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판정을 받은 기업들이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할 경우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법정관리나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먼저 화의의 경우 채권금융기관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성립될
여지가 거의 없다.

또 은행 등 대다수 담보권자는 화의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설사 이들 기업에게 신용대출을 해준 종금사등 제2금융권이 화의에
동의하더라도 은행이 담보권을 실행할 경우 기업의 존립 자체가 불가능
해진다는 얘기다.

법정관리 역시 주거래은행이 사실상 포기한 만큼 회생을 전제로 한
법정관리는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법원관계자는 "현재 법원이 관리하고 있는 법정관리 화의기업만으로도
업무가 포화상태"라며 "주거래은행이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한 기업을 법원이
무리하게 끌고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은행이 퇴출기업의 청산절차를 밟기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도 있다.

이른바 청산형 법정관리신청의 가능성이다.

이 경우 법원은 재산보전처분을 통해 기업의 채권채무를 동결시킨 후
기업의 자산과 부채를 집계해 채권순위와 액수에 비례해 재산을 나눠갖는
"빚잔치"를 벌이게 된다.

채권자의 개별적인 채권행사를 막고 채무자의 임의적 재산처분을 막는
보전처분의 양면효과를 노린 것이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