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엔화는 어떻게 움직여갈까.

엔저 기조가 끝났다고 봐도 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떨어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해 아직은 속단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재 시점에서 분명한 점은 엔 급락에 강력한 제동이 걸렸다는 사실
뿐이다.

또 엔이 이전처럼 자유낙하(free fall)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엔화 방어 의지가 확인된 이상 헤지펀드등 환투기 세력이 함부로
엔저에 베팅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더욱이 엔약세의 근본 요인들이 사라지거나 변한 것은 없다.

바뀐 것이라곤 미국의 태도 뿐이다.

미.일 경제력차와 금리차가 그대로이고 일본 경제도 당장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있다.

메릴린치증권의 윌리엄 칸 환율 분석가는 "시장개입만으로 하루아침에
시장의 흐름이 바뀔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회의론자들은 엔이 당분간은 1백35엔 주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

이와관련, 18일 일본에 도착한 서머스 부장관의 활동과 20일 도쿄에서
개최되는 G7재무차관 회담이 주목받고 있다.

이 회담들에서 새로운 방안들이 나오지 못할 경우 엔화는 급락세로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소비세 인하를 통한 내수확대, 부실은행의 신속한 정리등 보다
강력한 경제 개혁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엔의 재추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엔하락 속도는 늦춰지겠지만 다시 1백50엔선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루빈 미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도이체방크 런던 현지법인의 외환 이코노미스트 폴 메기시는 "만일
다음 주에 엔화가 다시 1백40엔선으로 내려가게 되면 이번 공동개입도
지난 4월 일본의 단독 개입 때처럼 실패작으로 끝나고 말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이번 개입을 계기로 엔약세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엔이
1백30엔대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낙관론자들 중에는 1백20엔대로 올라설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일본이 미국의 시장개입 대가로 영구감세 조치를 취할 것이기 때문에
이달중에 1백25엔선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체이스증권의 마크 소비뉴는 "미국이 필요할 경우 다시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밝힌 점은 엔이 1백40엔대로 다시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버팀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