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7인회"는 가톨릭의대 선후배들로 개업한 의사들 모임이다.

모임을 가져온지 벌써 4년이 지났다.

그동안 서울을 벗어나지 못하는게 늘 아쉬웠다.

서로가 바빠 시간 여유가 없는 탓이었다.

그러다 지난 4월 서보원회장(서보원 이비인후과 원장)이 과감한 제안을
했다.

양평으로 1박2일 민박을 가자는 것이었다.

사실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즐거움보다는 잠을 자고 와야 한다는 번거로움에
썩 내키지만은 않았다.

그런데 가 보니 그게 아니었다.

토요일(지난 5월16일) 오후6시께 서울을 떠나 중간에 쌈밥을 먹고 커피집을
찾았다.

정말로 멋지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저녁바람이 부드럽게"라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땐 모두들 매우 좋아하며 동심으로 돌아간듯 즐거워 했다.

목적지 강가에 도착하자 어두운 밤하늘에 총총히 박혀있는 별을 보면서
그 분위기에 압도돼 모두 말을 잊었다.

강변의 어느 2층집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침에 다시 강가로 나왔다.

전날 밤의 정경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는 넓은 강을 바라보며 다들 "오기를
정말 잘했다"며 좋아했다.

그 경치에 반한 우리는 사진을 수없이 찍었다.

교회일 때문에 새벽 일찍 그곳을 떠난 임병길 회원(임병길 정형외과 원장)
생각에 내심 아쉬웠다.

항상 우리를 따뜻하게 대해주고 때로는 엄격한 맏형처럼 돌봐주는 그분의
모습에 우리는 절로 고개를 숙이곤 한다.

또 재치있고 모르는게 없어 우리 모임에 없어선 안될 배정보(이비인후과)
선생, 멋쟁이 문일신(소아과)선생, 취미가 스킨스쿠버인 나범환(흉부외과)
선생, 지금은 몸이 좀 불편한 영국신사 안승현(내과)선생, 회장 서보원
선생과 필자까지 일곱명이 모였다고 해서 "7인회"다.

우리의 "능력있는" 회장은 살림이 힘들어졌는지 모임을 아담한 음식점에서
간단히 해결하곤 한다.

그래도 첫 모임부터 지금까지 제비뽑기를 통해 빠짐없이 찾아가는 돈이 든
봉투.

액수를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회원 부인들의 자그마한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았지만 "7인회"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모임을 이어갈 것을 마음속으로 기원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