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16일 도쿄시장에서 등락이 교차하는 혼조세를 보인 것은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진 결과라고 풀이할 수 있다.

직접적인 원인은 마쓰나가 대장상이 엔방어를 위한 G7(선진7개국)의 공동
개입 가능성을 비쳤으나 그것이 말에 그쳤기 때문에 전장초의 오름세가
내림세로 반전된 것이지만, 정말 한치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면인 것 같다.

앞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는 미국과 일본이 엔화 급락세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중국은 달러당 1백45엔선이 무너지자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일본과
미국이 엔화의 과도한 하락세에 적절히 대처하지 않고 있어 세계적 경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며 엔폭락이 계속될 경우 위안화 절하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현상황에서 위안화까지 절하된다면 아시아통화위기는 더욱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게 될 것이 확실하다.

글자그대로 세계경제위기나 대공황이 오지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중요한 것은 미국과 일본의 "현실인식"이다.

엔화 급락세가 이어질 경우 위안화평가절하와 아시아각국통화의 도미노
현상을 불러 그 재앙이 세계경제전체로 번질 것이라고 본다면 엔약세를
즐기고 있는 듯한 미국의 자세도 바뀔 것이다.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중국방문(24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배려는 이래저래 필요한 국면이기도 하다.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G7이 공동으로 엔화방어에 나서고 중국도
위안화를 절하하지 않는 것인데, 그 가능성이 전무하다고 속단할 단계는
아직 아니라고 본다.

"환율전쟁"이 빚어져 아시아 각국경제가 초토화되기를 미국이 바라지
않는다면, 또 엔급락세를 미국이 부추기고 있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려면, 루빈 미국재무장관의 잇단 발언으로 촉발된 이번 소용돌이만은
미국 스스로 수습할 책임이 있다는걸 깨달을 필요가 있다.

엔급락-위안화절하로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경우 우리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은 자명하다.

수출에는 물론이고 외자유치에도 큰 장애요인이 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그 충격을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은 정부도 없을
것이라고 보는게 옳다.

사태진전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외에 달리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이런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시장에 맡길 것과 정부가 해야할 것을 분명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하루가 다른 엔시세에 대응하는 적정환율은 시장실세에 의해 결정될 수
있도록 방치하는 것이 옳다.

동시에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은 외부여건때문에 더욱 어려워진 것이
사실이지만, 조속한 시일안에 차질없이 매듭지어야 한다.

불확실성에 대응하면서 현안과제 해결은 흔들림없이 추진하는 것, 그것이
오늘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