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프트웨어(SW) 산업의 대명사로 불려온 "아래아 한글"이 사라진다.

문서처리 SW인 "아래아 한글"을 공급하고 있는 한글과 컴퓨터(한컴)는
15일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천만~2천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는
대신 "아래아 한글"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이찬진 한컴사장과 김재민 (주)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국현지법인)
사장은 서울 호텔 롯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MS의 투자는 지분참여형식으로
이뤄지며 한컴은 지분 19%를 매각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한컴은 "아래아 한글" 차기버전 개발을 중단하게 되며
"한컴오피스" "한컴홈" 등 워드제품이 포함된 사무용 SW패키지의 새 버전도
내놓지 않기로 했다.

다만 앞으로 1년동안 기존 "아래아 한글" 사용자에 대한 기술지원은 계속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로 한국MS는 그동안 한컴이 장악해온 국내 시장을 상당부분 넘겨
받아 약 1백억원 규모에 이르는 한글워드SW 시장을 사실상 독점할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한컴은 그동안 국내 워드SW시장의 약 80%를 점유해 왔다.

다른 워드 SW로는 삼성전자의 ''훈민정음''이 있으나 앞으로 MS워드''와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컴이 간판상품인 "아래아 한글" 사업을 포기하고 MS의 자금을
받아들이기로 한것은 부도직전 상황까지 몰린 자금압박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그동안 매년 매출액의 7-8%에 이르는 30억~40억원을 워드프로세서
개발에 투자해 왔으나 고질적인 불법복제, 공공시장 위축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돼 왔다.

이찬진 사장은 MS와의 이번 합의에서 경영권은 계속 유지키로 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한컴과 MS의 이같은 협약이 특정사업 포기를 조건
으로 지분을 인수하는 불공정행위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에 착수
했다.

공정위는 양사간 계약조건은 불공정거래행위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거래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
으로 거래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사업활동을 방해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
행위로 제재를 받는다.

MS사가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 한글'' 소프트웨어 사업 포기를 전제로
주식을 매입한다는 계약내용이 이 규정에 적용될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양사간 정식계약이 이뤄질 경우 계약서를 입수해 면밀히 조사할
방침이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