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터플랜 만들라 ]

인천 제물포에 있는 현대CAD(컴퓨터지원설계)학원강사 이승우(41)씨.

이씨는 대량실직시대인 요즘도 수십개업체로부터 파격적인 조건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다.

국내 국가기술자격증 최대보유자.

이씨의 "몸값"이 상한가를 치고 있는 원천이다.

이씨가 지금까지 획득한 자격증은 소방설비기사 고압가스 위험물관리 열관리
등 모두 27가지.

이씨는 원래 5급 행정직공무원이었다.

지난 80년 민방위업무를 맡다 "검은 돈"을 만지기 싫어 3개월만에 그만뒀다.

그 길로 "자격증인생"을 시작했다.

"자격증이야말로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했다"는 이씨는
"자격증만큼 든든한 방패막은 없다"고 단언한다.

그는 요즘 자격증에 인생을 걸었던 자신의 마스터플랜(Master Plan)이
들어맞았음을 어느때보다 절감한다.

IMF를 맞아 자격증획득이 인생설계의 핵심이 되는 이른바 "쯩"시대가
오고 있다.

평생직장의 신화는 완전히 붕괴됐다.

대신 "평생직업"시대가 열리고 있다.

실력과 전문성만 있으면 여러 회사를 옮기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

코리아석세스컨설팅그룹 김종수(36)소장은 "이제 회사인력도 본격적인
아웃소싱시대에 접어들었다"며 "자격증으로 무장한 전문지식인이라면 오히려
살맛나는 세상이 됐다"고 표현한다.

이미 자격증으로 인생의 마스터플랜을 짜려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지난 3월 접수한 제54회 기술사자격시험에만 무려
1만1천7백40명이 몰렸다.

지난 77년 첫 기술사시험이후 20여년만에 최고응시기록이다.

국가기술자격시험에도 올들어 4월말 현재 1백37만명이 몰려 지난해 같은
기간(1백16만명)보다 18.3% 증가했다.

이중 제빵 제과 비파괴검사 기능사시험에는 응시인원이 지난해보다 평균
70% 늘었다.

자격증과 전문실력으로 무장하고 일생동안 평균 8번 가량 직장을 옮긴다는
미국직장인들의 풍속도가 우리에게도 그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화재 강서본부지원팀에 근무하는 조기성(31)주임은 자격증보다
전문지식에 초점을 맞춰 인생의 마스터플랜을 짠 사례.

조주임은 지난 3월 야간대학원에 진학, 보험 증권분야를 공부하고 있다.

"남들보다 뛰어난 전문지식없이는 미래도 없다.

"입사 5년차인 조주임이 대학원에 진학한 이유다.

요즘같은 어지러운 직장생활속에서도 자기계발을 위해 일주일 6시간인
야간수업에 꼬박꼬박 참석한다.

10년후 조주임의 목표는 이론과 경험을 겸비한 보험컨설팅분야의 1인자가
되는 것.

이처럼 전문지식으로 무장하기 위해 일찌감치 대학원에 진학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것도 IMF가 낳은 또다른 현상이다.

성균관대 경영학부 장영광교수는 "그전엔 40대 중년들이 주류였지만
올들어서는 30대초반의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며 "학위획득보다는 관련분야
전문실력을 쌓으려는 것이 주목적인 것같다"고 설명한다.

이제 지연 학연 간판이 먹혀드는 시대는 지났다.

직장인들을 지켜주는 유일한 "보호막"은 실력과 전문성뿐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이무근(58)원장은 "대량실직시대에는 자신의 능력을
평소 얼마나 갈고 닦았는가가 생사를 결정한다"며 "미리 10년, 20년후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구체적 계획을 담은
인생설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범용형인간이 도태되면서 경쟁력을 갖춘 직장인만 살아남는 신 실력시대.

새로운 시대의 승자는 지금이라도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이를 꾸준히
실천하는 사람이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