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운 <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 >

엔.달러 환율이 7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백40엔선 위로 치솟아 그렇지
않아도 악화되고 있는 우리 수출전선에 먹구름을 드리울 것으로 우려된다.

엔저행진은 기본적으로 미.일간 성장력 격차와 이에따른 양국간 금리격차
확대란 기초적 경제여건의 차이 때문에 야기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상당기간동안 엔저형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무엇보다도 미.일정부가 엔저억제를 위한 적극적인 시장개입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작년 5월초 엔저행진이 지속됐을 때만해도 일본정부는 적극적인 시장개입
의지를 밝혔고 이에 미국 등 선진국들이 동참의지를 보임으로써 불과 2개월
남짓한 사이에 엔.달러 환율이 1백27엔에서 1백10엔대까지 절상된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이러한 시장개입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일 양국은 엔저지속을 내심 바라는 입장이다.

우선 내수부진으로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엔저를 통한
수출증대로 경기회복의 돌파구를 찾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 이후 외환위기로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크게 하락해 있는 만큼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선 당분간 추가적인 엔화가치
하락이 오히려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미국정부도 최근 루빈 재무장관의 발언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달러화
강세유지를 바라고 있다.

그 이유중 하나가 미국의 고금리유지및 물가안정의 필요성이다.

8년째 장기호황을 지속하고 있는 미국은 경기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고금리를
유지하고 수입물가의 안정을 통해 물가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입장이다.

이는 결국 달러화 강세를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다 미국정부는 내년부터 출범하는 유럽단일통화권에 대항해 사전
포석으로 달러화 지위를 더욱 절상시켜 둬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엔화가치하락은 주력 수출품목에서 일본과 경합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의
수출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수출금액 기준으로 60% 정도가 일본제품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엔화가치가 하락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수출뿐 아니라 제3국 시장에서 수출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현재 자제하고 있는 중국이 엔화가치 하락에 자극을 받아 위안화
평가절하를 전격적으로 단행할 경우 우리가 받는 영향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이러한 취약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일본과 경쟁하는 기존 산업을 고부가
가치화해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우리 산업을 일본과 경쟁하는 구조에서 점차
탈피시켜 우리나름의 성장 유망산업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해 가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