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서쪽 주롱공단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인영 쌍용양회
현지법인장.

그는 최근 아주 이상한(?) 일을 경험했다.

세무국의 공무원이 찾아와 납부한 법인세중 일부를 되돌려 준 것.

"회사가 감가상각의 연도 계산을 잘못해 안내도 되는 세금을 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 공무원의 논리는 간단했다.

"지금 당장은 세금을 많이 받아서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금을 부당하게 많이 받아 기업이 부실해지면 국가는 결과적으로
손해"라는 설명이었다.

비단 세무공무원 뿐만이 아니다.

싱가포르의 모든 공무원들은 기업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해 있다.

경제개발청(EDB)은 말할 것도 없고 무역개발국(TDB), 싱가포르중앙은행
(MAS) 등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기업들은 공무원 만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공무원들이 찾아오는 것도 꺼리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보다 많은 인센티브를 얻어낼까 궁리하게 되더군요"
(박희환부장.LG그룹 동남아본부)

제조업 투자를 총괄하는 곳은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

"주식회사 싱가포르"의 기획조정실이다.

투자기업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도 당연히 EDB의 몫이다.

투자를 원하는 기업에 대해선 담당공무원이 지정돼 공장부지를 물색하는
일에서부터 각종 인.허가, 인센티브 등에 대한 안내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자 이후에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컨설팅을
한다.

물론 EDB도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

공해유발이나 녹지훼손 등에 대해선 엄격하다.

반면 하이테크산업에 대해선 훨씬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주목할만한 점은 내.외 자본에 대한 차별이 없다는 점.

외국인투자유치만이 목적이 아니라 산업정책 조정을 겨냥하고 있다는
뜻이다.

EDB의 가장 독창적인 경쟁력은 바로 이같은 종합조정능력이다.

미국 MIT의 에드가 샤인교수가 말했던 "그랜드 디자인 능력"인 것이다.

쌍용양회 이인영 현지법인장은 "일단 자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다른
정부부처를 설득하는 것도 EDB의 몫"이라고 설명한다.

쌍용의 경우 주롱공단을 연간 평당 15싱가포르달러(한화 약 1만3천원)씩
30년간 임차했다.

법인세를 5년간 완전 면제받았으며 가속상각방식을 통해 비용을 일찌감치
떨어버릴 수 있었다.

심지어 투자과정에서의 자금조달이나 환경문제에 대해서도 EDB의 컨설팅을
받았다.

물론 진출한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EDB의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

"좋은 사업계획서만 만들면 보다 많은 세금감면, 보다 많은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다"(구자명 LG그룹 동남아본부장)는 뜻이다.

이런점에서 싱가포르 정부 특히 EDB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기업
활동 여건을 조성해 주는 사업설계사(business architect)다.

"EDB는 사업을 하는 주체가 아닙니다.

촉매자(facilitator)일 뿐입니다.

기업들이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모든 환경을 만들어 주는 곳입니다"
(필립 요 EDB회장).

물론 EDB도 기업들의 프로젝트에 공동투자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업들이 초기 리스크를 줄여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투자 유인책일 뿐이다.

EDB는 관련 기업이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 투자지분을 처분해 다른 곳에
투자한다.

이런 식의 민.관협력 방식은 보조금이나 보호관세가 금지되는 세계무역기구
(WTO)시대엔 더욱 빛을 발한다.

"EDB가 기업의 사업계획서에 가장 빨리,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치완 대한재보험 싱가포르지점장)

한국이나 일본 등은 이제 "글로벌스탠다드 시대"를 맞아 과거 국내시장을
보호하던 각종 규제와 관행들을 뜯어고쳐야 하는 소위 "이행기의 고통"을
겪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개방"을 전략화한 싱가포르엔 이런 고통이 없다.

세계에 문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싱가포르 정부는 지속적으로 제 역할을
찾아했다.

경쟁과 개방을 하나의 환경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곧 싱가포르의 지역경쟁력, 나아가 싱가포르식 경영을 세계에 파는
힘의 기반이 되고 있다.

< 싱가포르= 이의철 기자 eclee@ >

[[ 싱가포르의 투자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

<>.파이오니어 기업

<>자격조건 -.첨단산업으로 해당산업분야를 선도하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인센티브 내용 -.생산개시일로부터 5~10년간 면세
.투자액 10억싱가포르달러이상일 경우 10년이후로
감가상각 이월가능

<>.국제석유무역기업(AOT)

<>자격조건 -.국제적 석유무역회사중 석유선물시장 육성에 적극적인 기업
.연간 사업용 경비지출 50만싱가포르달러이상, 매출액
1억싱가포르달러이상
<>인센티브 내용 -.5~10년간 법인세율 10% 적용
.배당소득에 대해선 10년간 비과세
.비과세 소득으로 지불되는 배당금도 비과세


<>.지역운영본부(OHQ)

<>자격조건 -.납입 자본금 50만싱가포르달러이상
.연간 사업용 경비지출 2백만싱가포르달러이상
.4~5인이상의 전문직원 고용
<>인센티브 내용 -.상동

<>.국제무역기업(AIT)

<>자격조건 -.고무 목재 가구 식용유 등을 거래하는 국제무역회사
.연간매출액 2억싱가포르달러이상
<>인센티브 내용 -.상동

<>.국제해운기업(AIS)

<>자격조건 -.국제선박소유자로 경비지출 연간 4백만싱가포르달러이상
.소유 선박의 10%이상을 싱가포르선적으로 하는 기업
<>인센티브 내용 -.기계설비에 대해 33.3%의 가속상각 적용가능
.컴퓨터 자동화기기 등에 대해 취득연도 전액 감가
상각가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