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7일 오후(현지시간) 뉴저지의 한식 연회장 팰리세이디엄
대원에서 가진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 원칙은 시장경제 원리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시장경제는 아버지의 물건이라도 값싸고 질 좋으면 사고,
그렇지 않으면 안 사는 것"이라는 등 시장기능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퇴출을 가름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내용을 간추린다.

-월가에서는 한국 정부의 개혁 정책이 가시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데.

"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한 틀은 이미 마련해 뒀다.

우리나라가 일본에 비해 한가지 자랑스러운 것은 정부나 기업의 구조
개혁에서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다.

부실기업정리도 앞서가고 있다."

-금융계와 기업 중 어느 쪽이 우선적인 구조조정 대상인가.

"병행해서 할 것이다.

다만 기업구조조정은 금융기관이 주도해야 한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금융감독원이 심사토록 할 것이다.

이달 말까지 심사를 마친 뒤 퇴출시킬 곳은 정리토록 하겠다.

그 기준은 "국제 경쟁력이 있느냐" 여부다."

-기업 정리의 기준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두 가지다.

장사 잘해서 흑자 내고, 그래서 세금 많이 내느냐 여부가 하나다.

다른 하나는 수출 잘해서 외화를 많이 버느냐를 따지겠다.

국내 기업들은 지금까지 외형에 관심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대마불사라는 말이 없어질 것이다."

-과거정부도 집권초기에는 "개혁"을 다짐했었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과거 정부가 "말"로 개혁을 했었다면 지금 정부는 "법"으로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폐지, 기업 재무구조 건실화, 주력기업 중심의
재편, 오너의 경영책임 등 다섯가지 항목이 그 예다."

-정부 규제가 정경유착 등의 부작용을 빚어 온 측면도 있는데.

"민주주의를 하면 정경유착이 불가능해진다.

예컨대 주식을 하나도 안가진 정부가 은행장 인사에 간여해 왔는데, 이건
상법을 위반한 것이다.

그러니까 한보같은 엉터리 기업에도 4~5조원을 빌려준 것이 아닌가."

-올들어 무역수지가 흑자를 내고 있지만 수입둔화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라
는 지적이 많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동안 자본재에 많이 투자해 왔다.

앞으로 1~2년 동안 투자하지 않아도 경제가 돌게 돼 있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