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과연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연내에 달러당 1백50엔선까지 떨어진 후 반등세로
돌아설 것"이라는게 현재로선 대세다.

가장 낙관적인 견해는 "달러당 1백40엔이 엔화가치의 바닥"이라는 견해다.

독일계 은행인 도이체 모건 그렌펠이 지난달 14일 내놓은 환율전망이
대표적이다.

이 은행은 당시 보고서에서 엔화가 3개월 뒤쯤 달러당 1백40엔에 이른 후
강세로 돌아서 달러당 1백35엔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견해는 "현재도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30%이상 고평가돼 있다"(미
국제경제연구소)는 분석과 미.일이 조만간 외환시장에 개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근거를 두고 있다.

실제로 이날 일본에서는 마쓰나가 히카루 일본대장상이 "과도한 엔화
가치하락에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시장개입에 나설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견해보다는 엔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이다.

무엇보다도 달러당 1백40엔을 무너뜨린 "관성의 힘"이 시장에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일단 저항선이 무너진만큼 환투기세력을 비롯한 국제외환시장의
참가자들이 엔화의 추가하락을 기대해 엔매도-달러매수의 포지션을 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선진7개국(G7) 재무차관회담이 당초 기대와 달리 엔약세보다는 러시아
금융위기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전망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일본측이 시장개입에 나서더라도 미국이 이에 협조하지 않는한 일본의
힘만으로는 엔약세를 저지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실제로 일본정부는 지난달 달러당 1백35엔선에서 엔화방어를 시도했으나
1엔을 끌어올리는데 약 2백억달러를 투입하고도 결국은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다면 엔화는 어느 수준까지 떨어질 것인가.

달러당 2백엔선을 내다보는 일부 극단적인 전망도 있다.

하지만 대체적인 예상은 "달러당 1백50엔"이 마지노선이라는 데서 일치하고
있다.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도 지난달 24일 "달러당 1백50엔까지는 용인할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프레드 버그스텐 국제경제연구소 소장도 7일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메릴린치나 JP모건 등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들도 하락속도에는 다소 의견이
엇갈리지만 엔화의 바닥세를 달러당 1백50엔선으로 보고 있다.

메릴린치는 지난달 21일 내놓은 전망치에서 상반기말 1백40엔, 올 후반기
1백45엔, 내년초 1백50엔을 점쳤다.

이보다 하루 앞서 나온 JP모건의 전망은 9월말에 달러당 1백53엔까지
곤두박질 친후 연말에는 1백50엔선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면 이들이 "달러당 1백50엔"을 마지노선으로 보는 배경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그 이상으로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미국의 시장개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그동안 "무역적자 축소보다는 인플레 억제가 미국경제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라 엔약세를 묵인해온 측면이 크다.

즉 달러강세(엔약세)로 인해 지난해 경상수지적자가 무려 1천5백억달러로
늘어났지만 그대신 수입물가 하락이라는 이점이 있어 엔약세를 방치해온
것이다.

그러나 엔화가 달러당 1백50엔선까지 내려가면 미국으로서도 무역적자
확대를 두고볼수만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함께 엔화가 달러당 1백50엔선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제2의 아시아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달러당 1백50엔을 마지노선으로 보는
근거가 되고 있다.

엔화가 그 이상 하락하면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의 절하경쟁을
유발할 것이므로 미국과 일본에 대해 엔화방어 협조를 요구하는 국제적인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