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12일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는 빈소년합창단 내한연주회가
열렸다.

공연이 끝날 즈음 지휘자 마이클 곰리는 단원들을 뒤돌아서게 한 뒤
연주를 계속했다.

공연시간 내내 연주자들의 뒤통수와 엉덩이만 봤을 무대뒤쪽(학생석)관객을
위한 배려였다.

소수를 생각하는 지휘자 곰리의 마음은 음악당 안의 모든 사람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96년3월부터 실시된 공무원 토요전일근무제가 7월4일부터 폐지된다는
소식이다.

대국민서비스 차원에서 시작했으나 토요일 오후에 업무를 보러 오는
사람이 적어 그만두기로 했다는 얘기다.

서비스 효과는 적고 건물관리비와 에너지만 더 드는 제도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게 2년4개월만에 예전대로 돌아가는 이유다.

토요전일근무제의 문제는 실시초부터 제기됐었다.

국민 편의를 위한 제도라면서 실제로는 담당직원이 없어 해결되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고, 부서간 협조가 안돼 중요업무는 월요일로 미뤄지는 등
실익이 적다는 지적이 높았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격주로 연휴를 즐기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토요일 오후에 관청을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이 제도가 국민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면 이날 오후 꼭 일을 해결해야 할
"소수"에 대한 서비스였을 터에 틀림없다.

관련공무원이 없어 토요일 오후 일을 처리 못한 사람이 있는 한편으로
다행이 필요한 서류를 떼거나 문제를 마무리지은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이 제도가 정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실익은 전혀 없고 문제만 있다면
지금이라도 없애는 것이 낫다.

그러나 들리는 것처럼 IMF시대에 공무원이 한주 건너 이틀씩 쉬는 것이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유라면 눈치행정의 표본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애당초 국민이라는 사용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무원들의 복지를 위해
도입했다 IMF라는 복병을 만나 꼬리를 내린다는 말도 나올 수 있다.

정책의 일관성과 소수에 대한 배려는 성숙된 사회와 정부의 첫번째
덕목이다.

토요전일근무제가 폐지되면 공무원들의 생활패턴은 또다시 바뀔 것이다.

모든 공무원이 토요일을 마지 못해 출근하는 날로 여길까 두렵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