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잔을 드니 입술과 목이 부드러워지고, 둘째잔을 드니 고독과 번민이
으스러지네".

어느 노동이 선물받은 차를 마시고 감사의 뜻으로 화답한 노래중 일부이다.

IMF구제금융을 받게 된 이래 경제가 크게 어려워져 자칫 인간성을
상실시키는건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요즘이다.

이런 삭막한 시기에 LG신용카드 창원지점은 인포멀 그룹 "차사랑"을 통해
유대관계를 포근하게 유지해 나가고 있다.

"차사랑"은 원래 "창원지점 여사우회"가 변형된 모임이다.

모든 직원을 보듬어 안기 위해 올 1월 거듭났다.

물론 40명 전 직원이 이 모임 회원이다.

지점장의 적극 참여가 돋보이는 이 모임은 찻집의 고즈넉한 분위기에서
사심없이 이야기를 나눈다.

지점에서 말하기 어려운 말도 이 모임에선 가능하다.

우리 모임은 당초 무슨 목적을 갖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쌓이는 스트레스와 직원간 소원함을 해소하고자 10명가량의 여직원이
함께 했었다.

그랬던게 의외로 반향이 좋아 전 직원이 참여하게 됐다.

우리는 내친 김에 제대로 된 다도를 시도했다.

처음엔 일부회원이 아직 다소곳함과 절도가 몸에 배지 않아 마치 술잔을
따르는 듯한 모습에 박장대소하기도 했다.

이젠 제법 차를 음미할 줄 안다.

또 서서히 우러나는 차에 대해 조급함을 보이지도 않게 됐다.

이 모임에선 자유로운 대화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그러나 차사랑회는 한가지만은 지키기로 했다.

차를 우려 찻잔에 따를 때 한번에 잔을 채우지 않고 찻잔을 옮겨가며
조금씩 나누어 따르듯 서서히 배어 나오는 인성을 말이다.

지난 5월 모임에선 창원지점 객장에서 갖가지 색깔의 촛불을 켜놓고 전
직원이 모였다.

여가선용은 어렵게 생각할 것이 아니란 걸 다시 한번 느꼈다.

메마른 장작은 불길을 확 일으켰다 이내 꺼지지만, 습기가 밴 장작은
은근히, 오래 탄다는 것을 배웠다.

창원지점에 유독 미녀와 미남이 많은 건 이런 예쁜 마음과 차 향내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홍수경 < LG카드 창원지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