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안기부장은 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조찬간담회에
참석, 안기부 개혁방향, 김정일의 북한 주석직 승계 시기,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방북 문제, 북한 핵무기 개발 현황 등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안기부장이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공개 간담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장은 "북한 정권 창건 50주년이 되는 9월9일경 김정일의 국가주석직
승계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제3의 인물이 주석직을 맡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지만 누가 주석이
되든 김정일 체제가 확고해질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남한의 잉여전력을 북한에 공급하는 문제는 남북대화가 재개
되면 자연스럽게 제기될 것"이라고 말해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는 문제가
정부차원에서 검토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부장은 "북한에 경수로가 건설되더라도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전력이 필요하다"며 "남한의 잉여전력을 북한에 판매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안기부 개혁과 관련, "대공 수사과정에서 변호인 접견권과 가족면회 등을
반드시 허용하고 철야신문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수사방식은 없앨 것"
이라고 말했다.

또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 적용을 최소화해 경미한 사안은 검.경에
수사를 이첩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 수사에 대해서는 "정보수집은 불가피하나 정치공작이나 정치인
사찰 탄압행위는 철저히 금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방북에 대해서는 "방북 일정이 완전히 결론나지
않았고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제, "원칙은 합의됐고 소의 인도 인수
절차, 판문점 통과여부 등 구체적 절차에 대한 논의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엔사와 북한군간의)장성급대화가 타결돼 판문점이 개방되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부장은 "정 회장의 방북에 뒷돈은 없고 옥수수 5만t도 적십자를 통해
지원되며 차량은 연불수출 형식을 취하기로했다"고 해명했다.

북한의 핵 개발 동향에 대해 "북한과 파키스탄이 핵무기 개발 기술을
교류한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또 "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사찰을 용인하는 등 핵개발에 적극
나서려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이어 "산업스파이 처벌을 위해 "산업기밀보호법"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형법, 군사기밀보호법, 보안규정 등에 분산되어 있는 관련 조항들을
정비해 "국가기밀보호법"으로 통합하는 문제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김용준 기자 junyk@>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