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세미컨덕터(TECH)는 싱가포르 경제개발청(EDB)의 외국인투자유치
프로세스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테크사의 명칭은 미국의 반도체회사 텍사스인스트루먼트(T), 싱가포르의
경제개발청(E), 일본의 캐논(C), 컴퓨터 회사 휴랫팩커드(H)의 영문 머릿
글자에서 유래한다.

EDB는 90년대 들어 미래산업인 반도체공장 유치에 사활을 걸고 뛰었다.

그 결과 물망에 오른 기업들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와 휴랫팩커드 등
다국적기업들.

EDB는 우선 싱가포르의 지도를 펴놓고 공장부지로 가장 적합한 지역을
골랐다.

그러나 막상 낙점된 우즈랜드는 우연찮게도 신설 지하철이 관통하도록
예정된 지역.

여기서 EDB 특유의 기획유치가 진가를 발휘했다.

EDB는 즉시 도시전철을 책임지고 있는 지하철공사(MRT)에 노선변경을
요청했다.

지하철공사는 쾌히 노선변경에 동의하고 시공자인 현대건설에 설계변경을
지시했다.

역사의 위치를 5백m 옮긴 것은 물론 철로 자체도 우회노선으로 변경했다.

전철 통과로 발생하는 진동이 반도체 공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이같은 결정이 이뤄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일주일 남짓.

지하철공사뿐만이 아니었다.

용수와 전력공급을 맡고 있는 PUB는 1500kv 짜리 비상용 발전기를 새로
설치해 줬다.

또 22kv급 케이블을 전용선으로 깔아 테크사가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을
받는데 지장이 없도록 했다.

싱가포르 정부부처중에서 기업에 가장 까다롭다는 환경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공장의 설립에서부터 가동에 이르기까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기술지도와
조언을 해준 것.

까탈을 잡기위해서가 아니라 사전 지도를 통한 공정 단축이 목적이었다.

주롱공단사무소는 테크사에 근무하는 미국인들의 주택 구입까지 안내했고,
빌딩관리공단측은 공장 가동 시기에 맞춰 임시 사무실을 마련해 줬다.

테크사의 성공적인 유치는 싱가포르 관료조직의 종합적인 시스템 경쟁력을
상징한다.

< 이의철 기자 ec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