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들은 수지조정을 위해 회계처리방식을 제멋대로 변경하면서
투자자들을 골탕먹이고 있다.

회계기준에 일관성이 없고 "고무줄"이라는 비난을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회계기준을 수용하라는 국제경제단체들의 압력도 여기서 비롯된다.

증권거래소는 지난해 회계처리방식을 바꾼 상장사가 53개사에 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중에는 데이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한전 대한항공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끼여있다.

이들 상장사는 주로 감가상각방법을 정률법에서 정액법으로 변경하거나
감가상각내용연수를 늘렸다.

"눈가리고 아옹식"으로 이익을 늘리거나 손실을 줄여보자는 목적에서다.

고무줄 회계의 효과는 대단했다.

변경전 53개사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2조2천3백37억원이었는데 변경후
8천7백67억원으로 줄었다.

무려 1조3천7백76억원의 감소효과를 본 것이다.

삼성전자의 경우를 보자.

3년과 6년이었던 유형고정자산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각각 5년과 10년으로
늘려 적자를 흑자로 가볍게 돌려놓았다.

그대로 처리했으면 2백87억원 당기순손실이지만 고정자산 수명을 늘려
1천2백35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바꿔놓았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연구개발비 상각기간을 당기 일시상각에서 5년
균등상각으로 바꿔 적자폭을 줄인 예이다.

현대전자는 3천6백4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1천8백35억원으로 줄였으며
LG반도체는 3천9백51억원의 손실을 2천8백97억원으로 감소시켰다.

회계기준이 이렇다 보니 외국인및 국내 투자자의 눈살은 찌푸려지게
마련이다.

상장사들이 해외증권을 발행하고자 할때 또는 국내외 증권사들이 투자자료를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제시할 때 관련 상장사의 재무분석자료가 모두
미국식이나 국제회계기준으로 완전히 난도질 당하는 것도 일관성없는
회계방식 탓이다.

한 외국증권사의 리서치담당자는 "모든 국내 상장사들의 결산보고서를
국제회계기준으로 작성, 외국인들에게 제시한다고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하다"고 꼬집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