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재개되고 있다.

지난 3일 세계은행이 인도네시아에 대한 빈곤퇴치용 차관을 제공키로
한데 이어 4일에는 국제 채권은행단이 인도네시아의 민간부문이 안고 있는
8백억달러 규모의 외채를 상환연장해주기로 했다.

이에따라 국제통화기금(IMF)도 조만간 인도네시아에 대한 지원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인도네시아 경제안정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번 민간부문 외채협상은 인도네시아 측에 상당히 유리하게 타결됐다.

우선 내년 3월31일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인도네시아 민간은행의 비무역
관련 외채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지급보증하에 신규대출형식으로
1-4년까지 연장된다.

신규대출의 금리는 만기에 따라 리보+2.75-3.5%로 한국보다 평균
0.5%가량 높게 책정됐다.

인도네시아는 특히 금융기관 외채뿐 아니라 민간기업 외채 6백억달러에
대해서도 3년거치 최장 8년의 상환연장을 받아냈다.

이는 금융권 외채에 대해서만 상환연장을 받은 한국과 비교할 때 상당한
우대조치라 할 수 있다.

이번 협상에서는 또 오는 8월1일자로 "인도네시아 부채구조 조정위원회
(INDRA)"를 설립, 환율급변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한편 민간기업의 외환확보를
지원키로 했다.

이와 관련, 기난자르 카르타사스미타 인도네시아 경제재정산업조정장관은
"오늘의 합의는 인도네시아 경제에 대한 장기적인 신뢰를 보여주는 것"
이라면서 "이로써 인도네시아 경제회복을 위한 귀중한 지원의 토대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도 "이번 협상 타결이 인도네시아의 대외무역 및
경제활동을 되살리는 직접적인 효과를 냄으로써 경제회생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오는 8일쯤 인도네시아에 대한 추가 지원금 제공문제와 관련된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장 미셸 세베리노 세계은행 동아시아 담당 부총재도 "외채협상
타결이 루피아화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지원계획을
즉각 검토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인도네시아에 대해 지원의 손길을 다시 뻗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수하르토의 사임과 후속조치 들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수하르토의 퇴장에 따라 그동안 혼미를 거듭해온 인도네시아 정국이
안정을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이같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은 한국 태국 등 다른
아시아국가의 위기해결에도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경제난에다 정국불안까지 겹쳤던 인도네시아 사태야말로 아시아 위기의
"뇌관"으로 인식돼왔는데 이번 지원으로 그 뇌관이 불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