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는 시비와 선악을 판단할 줄 안다는 상상의 동물이다.

중국에선 해치라고 하며 생김새는 사자와 비슷하나 머리 가운데에 뿔이
있다.

중국문헌인 "이물지"에는 "성품이 강직해 사람들이 싸우거나 다툴 때면
옳지 않은 사람을 뿔로 받는다"고 쓰여 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판관의 관모, 우리나라에선 대사헌의 흉배에 해태를
새겼다.

해태는 또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고 행복과 길운을 가져오는 신수로
여겨진다.

광화문과 경복궁 근정전에 해태가 놓인 것은 물론 전국 시도의 경계표시물로
해태가 쓰이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국회의사당 앞에도 해태상 2개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는 시비곡직을 가리는
의회민주주의의 상징이자 호국호위의 표상이다.

이 해태상 밑에는 화기를 삼킨다는 백포도주 72병(각 36병)이 묻혀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 이처럼 친숙한 해태를 브랜드명으로 써온 해태그룹이 해체위기를
맞으면서 "해태"의 상표가치가 화제로 떠올랐다.

해태그룹쪽에서 계산한 상표값은 1조원(7억달러).

그러나 매각협상 대상인 다국적기업에선 부도로 인한 이미지 손상 등을
내세워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는 소식이다.

상표값내지 상표가치는 소비자인지도와 품질만족도 등을 토대로 측정된다.

"파이낸셜월드"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상표값이 가장 비싼
브랜드는 코카콜라(4백79억달러)다.

2~5위는 말보로(4백76억달러), IBM(2백37억달러), 맥도널드(1백99억달러),
디즈니(1백70억달러)가 차지했다.

다음은 소니, 코닥, 인텔, 질레트와 버드와이저의 순.

미국 스탠퍼드대 시누 스리나바산 교수가 추정한 삼성전자 애니콜의 이름값
은 4억달러, 진로그룹 경영관리팀이 셈한 진로소주의 가치는 1조원이다.

"해태"를 모르는 한국인은 없다.

해태껌과 과자는 동남아와 중동지역에도 알려져 있다.

유명상표 제품은 시장진입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일반제품보다 10~30%
비싸게 팔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누가 인수해도 "해태"라는 브랜드 덕을 톡톡히 볼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상표 역시 모기업이 튼튼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다.

해태의 상표가치가 얼마로 결정될지 궁금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