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업계가 탈진상태에 빠져있다.

홈쇼핑채널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업체(PP)들은 이미
부도가 났거나 부도 직전이다.

여기에 은행의 부실기업 퇴출과 한전의 전송망사업 축소방침 등 케이블
사업을 뿌리째 흔들어버릴 만한 악재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방송법 6월 통과를 공언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되면 다행"이라는 회의적 시각을 보내고 있다.

새 방송법에 중계유선방송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케이블업계의 요구도
국민회의측을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97년말 현재 케이블업계의 누적적자는 8천48억원.

이중에 PP의 경우만 6천82억원에 이른다.

GTV는 화의를 신청한지 1년이 넘었지만 아무런 결과를 통보받지 못하고
있다.

"이달말까지 상황을 지켜보다 사업권을 반납할 것"이란 소문도 들린다.

지난 3월 부도가 난 다솜방송은 인수자를 찾지 못해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케이블TV의 간판채널인 YTN의 경우 1천억원이 넘는 적자에 증자마저 여의치
않아 돌파구를 못찾고 있다.

투자에 관심을 갖는 외국업체가 있어도 현행법상 15%로 투자범위가 제한돼
있어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2차 SO(종합유선방송국)만 개국하면 가입자수가 늘어 형편이 나아질것이라던
기대도 허물어진 상태.

지난해 허가받은 24개 2차SO중 현재 부천, 성남 등 6개 SO만 개국했다.

전송망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한 2차SO사업자의 경우 장비는 들여놨지만 망이 깔리지 않아 개국을 못하고
장비가 녹슬지 않게 닦고 있다는 웃지못할 얘기도 들리고 있다.

케이블TV문제로 갑갑해 하는 것은 업계뿐이 아니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 역시 해법을 찾지 못해 골치를 앓고 있다.

국책사업으로 시작했고 이미 투자된 자본이 수조원에 이르는 만큼 "살려야
한다"는 원칙엔 동감하고 있다.

그러나 해결해야할 문제가 난마처럼 얽혀있는데다 전업종이 힘든 상황에서
케이블TV에만 "특혜"를 베푸는 것처럼 비춰질까봐 선뜻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만큼 방송법통과 이전에라도 가시적 조치가 있어야 케이블업계
전체의 붕괴를 막을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빠른 시간내에 실질적 지원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케이블사업 기반 자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케이블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숨통이라도 트일수 있게 지원책을
마련해주고 추후 시장원리에 따라 업계가 자연스럽게 재편되도록 유도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박성완 기자 ps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