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치와 경제, 기업경영을 연구하는 전세계 전문
학자와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활로를 모색해보자는 것이 취지다.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하고 범태평양학회(회장 이상문 내브래스카 주립대
교수)가 주최한 이날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위기는 곧 기회인 만큼
구조조정을 과감하게 추진해 성장 잠재력을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빌 클린턴 미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이 축사를 보내오는
등 한미양국의 각계 지도자들로부터도 비상한 주목을 받았다.

대회는 오는 3일까지 스위스그랜드 호텔에서 계속된다.

다음은 이날 발표 내용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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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정책과 일본금융위기 ]

제임스 로데스 < 일본 사이타마대 교수 / 경제학 >

일본의 위기는 확연히 분리된 금융 시장, 카르텔과 같은 경직성, 과도한
정부규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구태에 찌들은 금융시스템 때문에 생겨났다.

이런 시스템은 유연성과 인센티브를 제공해주지 못한다.

80년대에 팽창적 통화정책은 GNP를 증가시켜 수입을 늘릴 것으로 생각됐다.

통화공급을 늘리는 것은 순전히 국내적 이유 때문에 합리화됐다.

그러나 문제는 팽창적 통화 정책이 엔화를 절상하기로 한 플라자합의와
배치된다는 사실이었다.

금융에도 문제가 있었다.

"은행은 도산하지 않는다"고 대장성이 보장했기 때문에 은행은 항상 잘
나갔다.

거품경제 시대동안 은행과 비은행 기관들은 건전성에는 관심이 없었다.

비은행 금융기관들은 문제가 생기면 모회사인 상업은행이, 또 은행들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재무성이 지원에 나설 것으로 확신했다.

재무성 관리들은 전후에 도산한 은행은 하나도 없다고 자랑했다.

"도덕적 해이"였다.

거품의 종말은 화폐공급이 급속히 줄어들면서 다가왔다.

통화당국은 89년초 타이트한 통화정책을 펴기 시작했고 90년 1.4분기에
통화증가율은 급락했다.

왜 경기부양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일까.

각종 신문들은 유동성 함정과 총수요의 이자율 경직성 등 케인즈이론을 점차
거론하고 있다.

예금금리가 연 0.5% 밖에 안되고 더 많은 은행들이 파산할 것으로 전망
되면서 은행에 돈을 넣어둘 이유가 없어지고 있다.

결국 금융의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고 금융기관들간 업무영역을 철폐하는
빅뱅이 아니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마지막 순간에 일본은 봉착해 있다.

일본의 경기부진은 전통적인 사이클에 의한 것이 아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