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은 대부분 혈연이나 학연, 또는 취미생활을 통해 만들어진다.

이에비해 "새암회"는 성격이 다르다.

우선 회원들의 나이와 직업이 제각각이다.

특이한 공통점은 자녀들 나이가 같다는 것.

모임을 갖게 된 계기가 학부모로 만났기 때문이다.

또 하나 공통점은 멤버의 고향이 모두 같다는 점이다.

5팀 부부, 10명의 고향이 모두 경기도 광주다.

85년 필자는 생활 근거지를 부득이 광주로 옮겨야만 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홀로 되신 아버님을 모시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아이들도 학교를 옮겼다.

광주는 서울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시골정취가 그대로 살아 있는 곳이다.

아직도 누런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닭을 키우는 집에선 새벽마다
"꼬끼오"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모임이 시작된 것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때였다.

엄마들이 학부형 모임을 결성, 한두번 만나더니 그 다음엔 남편들이 합세,
전가족모임으로 발전했다.

그 아이들이 성장, 대학교 2학년이 됐으므로 14년이 된 셈이다.

모임이름 "새암회"는 가뭄에도 끊임없이 솟아 오르는 샘처럼 정과 신뢰가
이어지길 바라며 지은 이름이다.

회원으로는 연장자로 맏형노릇을 하는 김구영씨(농협 오포지점전무), 굿은
일도 마다않는 회장겸 총무 김우연씨(동부화재 광주대리점대표), 말수가
적고 항상 빙그레 웃기만 하는 모임의 기둥 유지영씨(대륙건설사장),
야간근무로 자주 참석치 못해 항상 미안해 하는 이상수씨(성남경찰서 계장)
등이 있다.

우리는 매월 모임을 갖는 한편 여름휴가와 연말모임까지 함께 하면서
정을 쌓아 왔다.

여행을 떠나 한자리에 둘러앉아 저녁을 먹고 노래방을 찾아 목청껏 18번을
뽑는다.

밤하늘에 보석처럼 뿌려진 별들을 보면서 두런두런 옛날 얘기로 밤을
지새기도 한다.

모임을 이어오면서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 건전한
사고를 가진 사회인으로 출발해서 부모들 모임을 이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세월이 흐른뒤의 "새암회"를 생각하면 마음이 절로 흐뭇해진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