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 전안기부장이 지난해 대선직전 소속 직원 2백여명을 선발, 자금을
지원하며 한나라당 후보 지원운동을 벌이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검 공안1부(홍경식 부장검사)는 22일 북풍공작사건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윤홍준씨 기자회견 등 일련의 북풍사건이 지난해 대선당시
안기부가 김대중 후보 낙선을 위해 벌인 정치공작이라고 발표했다.

또 이 와중에 북한측이 남북관계의 주도권 장악을 노려 대남 정치공작을
벌였다고 결론지었다.

검찰은 북풍수사를 통해 권씨 등 안기부 관계자와 정재문 의원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 등 모두 14명에 대해 안기부법 및 선거법, 남북교류협력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 또는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는 지난해 12월10일 부서장회의에서 "사상을 믿을 수
없는 사람과는 같이 일할 수 없지 않느냐"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원 귀향활동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전부장은 영남, 충청 지역 출신 직원 2백여명을 선발해 1인당
10만~1백만원씩 여비를 지원해 2~3일간 귀향해 선거 운동을 벌이도록 했다.

임경묵 전102실장도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려면 영남지역에서 압도적
지지가 필수적"이라며 간부들이나 직원들이 주말 등을 이용해 고향에 내려가
지지 분위기를 띄우도록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권씨는 특히 대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해 12월19일 1.2.3차장 및
비서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와 첩보 보고 등을 파기토록 지시했다.

이에따라 해당 부서들은 정치첩보 보고서, 중요 보고, 회의 자료,
예산사용계획서 및 결과 보고서, 일일 및 주간 수집계획철, 개인 컴퓨터
기록 등을 파기 또는 소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북한은 남북관계 주도권 장악을 위해 상대하기 쉬운 후보의 당선을
유도한다는 이른바 "DJ불가론"에 입각, 지난해 7월 부터 통일전선부와
국가안전보위부 합동으로 "대선공작반"을 구성,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공작반에서 <>오익제 김병식씨 편지 우송 <>오씨 평양방송연설
등을 통해 국내 색깔논쟁을 유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 이심기 기자 sg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