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중 < KIEP연구위원 >

32년동안 인도네시아를 통치해왔던 수하르토 대통령이 21일 결국 국민의
힘에 밀려 권좌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5월들어 본격화된 시위과정에서 5백명 이상의 인도네시아인이 죽었다.

그 대가로 인도네시아 국민은 수하르토로부터 1차적인 승리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은 수하르토 퇴진을 환영하고 각국의 주가도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인도네시아 사태는 진정된 것일까.

그리고 인도네시아 국민들은 원하는 지도자를 평화적으로 선출하고 최종적인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인가.

답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은 것 같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사임을 발표하면서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을
현 부통령인 하비비에게 넘겨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을 종합해 보건데 하비비가 2003년까지 대통령 잔여
임기를 모두 채우지는 못할 것 같다.

대신 하비비는 처음 수하르토가 생각했던대로 개혁위원회를 구성하여
정당법, 선거법 등을 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선과 대선을 치러 새
지도자를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절차가 과연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

향후 인도네시아의 정국향방은 크게 세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번째 경우는 하비비가 6개월내에 총선준비를 잘하고 그에따라 대선이
치러지는 경우다.

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경우 현재 국민들의 분위기를 볼때 민간정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두번째 경우는 위란토 현 국방장관 등 군부나 친군부 인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상정해 볼 수 있으나 현재의 민심을 고려할 때 그 가능성은
매우 낫다고 할 수 있다.

세번째 경우는 대선까지 가기전에 수하르토가 없는 권력의 큰 공백상태에서
식량부족, 물가폭등 등에따라 사회불안이 증폭되고 이를 계기로 기득권층인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다.

이러한 세가지 시나리오를 종합해 볼 때 수하르토의 퇴진이 인도네시아의
사회안정과 경제안정을 가져올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결국 실제적인 힘을
가지고 있는 군부가 권력을 장악할 공산이 크다.

만약 군부가 권력을 다시 잡는다고 할때 그에따라 우리나라 경제에 어떠한
영향이 올 것인가.

아마 비정상적인 절차로 군부가 권력을 장악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이에따라 인도네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자금지원과 인도네시아의 민간외채
협상이 상당기간 중단될 것이다.

이경우 인도네시아가 결국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은 우선 인도네시아의 모라토리엄에 따른
파급효과를 예상하고 대책마련에 힘쓰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무역 투자 금융면에 있어서 인도네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렇게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인도네시아가 국가파산 직전인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게 된다면 우리 금융기관이 인도네시아에 투자한 돈을 상당기간 회수
할수 없게 된다.

이는 우리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이 증가로 이어져 금융시장 경색 등 우리
경제에 큰 파장을 가져 올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모라토리엄 여파는 동남아 국가 전체에 크게 미칠 것이고
이는 이들 국가와 긴밀한 경제관계에 있는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경제전반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할 것이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의 모라토리엄은 동아시아 시장을 동일선상에서 놓고
보고있는 국제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더욱 자극, 자본유출을 유발할수 있다.

한편 일본 금융기관의 동남아 국가에 대한 융자액은 인도네시아의 220억달러
(96년기준)를 포함해 무려 1천2백26억달러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모라토리엄에 따른 동남아 경제의 침체는 일본 금융기관에
커다란 타격을 줄것임에 틀림없다.

이 경우 일본 금융기관들은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고자 할것이고,또한 BIS(자기자본비율)기준 총족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 경우 동아시아 금융시장은 경색돼 우리 금융시장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의 모리토리엄은 태국과 한국 등 다른국가의 통화
가치를 더욱 떨어뜨러 중국의 위안화의 평가절하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

이 경우 인도네시아 모라토리엄에 따른 영향은 세계경제 전체에 미칠수
있다.

IMF는 이러한 여파를 우려해 그동안 인도네시아와 갈등을 겪으면서도
지원을 계속해 왔던 것이다.

세계는 수하르토 퇴진을 환영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인도네시아 정국 향방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면서 인도네시아의
모라토리엄 가능성에 대비, 예상되는 파급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국제적인
협조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도 인도네시아 모라토리엄 가능성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