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비판론도 고조되고 있다.

IMF가 구제금융 지원조건으로 요구하는 통화 환율정책등이 지나치게
교조적이어서 "위기 구제"는 커녕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당초에는 마하티르 말레이시아 대통령, 카스트로 쿠바대통령같은 반미
성향의 정치가들과 미국내 일부 학자들에 국한되었으나 최근에는 보수적인
미 언론들과 일본정부까지 비판론에 가세하고있다.

19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사설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폭동은
IMF의 어설픈 처방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지적하고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식의 처방을 남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사설은 특히 "IMF는 인플레와 평가절하의 상관관계조차 이해하지
못하고있다"며 "사태를 악화시켜 성난 민중들이 독재자를 축출하도록
하는 것이 IMF와 루빈 재무장관의 최종 목적"이라고 비꼬았다.

미국내 연구소와 대학들에서도 IMF와 미 정부가 위기국들에 요구하는
변동환율제와 고금리 정책등을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스티브 행크 교수는 "환율을 "무제한 변동"으로
끌고가는 것은 아시아국가들에는 도저히 용인될수 없는 것"이라며 "IMF의
요구는 교조주의"라고 비난했다.

데이비드 멀패스 베어스턴스사 수석연구위원도 뉴욕서 열린 재팬소사이어티
연설에서 "아시아국들이 통화위기의 와중에 변동환율로 이행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동만 해도 루피아 환율이 오른 만큼 국내 석유가를
올리라는 IMF의 무리한 요구때문에 일어났지만 인도네시아 석유가격이
낮아진 것은 루피아 환율 폭등의 결과일 뿐 보조금을 문제삼을 일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또 IMF가 인도네시아 인플레율을 지난해 11월엔 9%로
평가했다가 지난 1월엔 20%로,4월에는 다시 "40%이상"으로 수정하는
해프닝을 보인 것은 무능력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일본 대장성 외환심의위도 20일 아시아 위기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IMF비판론에 가세했다.

보고서는 "IMF가 수혜국의 경제현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없이 설익은
정책을 마구 양산한다"고 지적하고 "인도네시아 사태 역시 IMF가
단순논리만을 추구한 결과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비판론에 대해 미 정부와 IMF는 아직 이렇다할 공식반응을 보이지
않고있다.

그러나 IMF 이행조건의 적절성 여부는 인도네시아의 사태추이에 따라
앞으로 더욱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 분명해보인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