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어제 강봉균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김태동 경제수석,
그리고 문희상 정무수석과 이강래 안기부 기조실장을 각각 맞교대해
임명했다.

지방자치선거를 불과 2주일 정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이번 청와대
수석들의 자리바꿈은 정책결정을 둘러싼 더이상의 혼선과 불협화음을 막겠
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강 수석과 김 수석이 자리를 맞바꾸기로 한 것은 앞으로 효율적인
경제정책 수립 및 집행을 위해 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이들 두 수석의 임무교대는 김 대통령이 지난 1일 박태준 자민련 총재와의
주례회동에서 이규성 재경부장관을 중심으로 강 수석이 간사를 맡아 경제
정책을 조율하도록 결정함으로써 이미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기는 하다.

그동안 두 수석의 성장배경과 특장을 감안할 때 서로 역할을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간의 경제정책 혼선 및 갈등을 두 수석의 탓으로만
돌리는 시각은 옳지 않으며 상당부분은 경제부처간의 애매한 업무분장 및
사전조율 부족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조만간 경제부처들간의 업무분장도 명확히 교통정리하고 앞으로는
효율적인 구조조정 및 수출증대에 매진해주기를 기대한다.

사실 새정부의 경제정책은 국내외로부터 말만 요란할뿐 뚜렷한 실적이
없고, 사공이 많아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등의 불평불만을 적지
않게 받아왔다.

출범한지 불과 두달여 동안에 실업세징수, 대기업간 빅딜추진, 부채비율
2백%이하 감축, 실업대책과 구조조정간의 우선순위 다툼 등 관계부처간의
사전조율도 없이 마구잡이로 발표돼 혼선을 빚은 예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 모든 혼선은 관계부처간의 명확한 업무분장 및 치밀한 사전조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한정된 재원으로 복잡하게 얽힌 난국을 풀어가자면 정책순위 및 방향이
명확히 제시돼야 하며 그러려면 부처간 정책조율을 담당할 중심축이
확실해야 한다.

앞으로는 재경부장관을 중심으로 경제장관간담회를 활성화 한다지만 과거
경제부총리가 가졌던 예산승인권이 없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조정이
될지 의문이며, 재경부 기획예산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사이의 역할분담에도
여전히 애매모호한 구석이 없지않다.

더욱이 새정부가 출범한지 세달이 다 되도록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으며, 기획예산위원회와 예산청을 기형적으로 분리시키는
등 여야의 정쟁이 이같은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

지금은 인도네시아 사태가 한치앞을 모를 정도로 악화되는 등 제2의
환란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비상시국이다.

정부는 정책조율장치를 효율적으로 정비하고 필요하다면 정부조직을
추가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