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희 < 연세대 강사 >

"선생님, 이 약이 정말 효과가 있습니까"

그동안 치료받던 성기능장애환자들이 남대문시장에서 웃돈을 얹어주고
바이애그라를 사와서 묻는 말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소개하고 권하기 커녕 전문가도 보지못한 약제의
효능을 환자에게 설명해야 할 형편이다.

소동의 발원지인 미국으로부터 지구의 반대편 남아공화국까지 세계 곳곳에서
신비의 약을 구하려고 법썩을 떨고 있다.

아마도 단일성분지향의 서양의약사상 최초로 먹는 약으로 개발된 이론적으로
잘 무장된 약제이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지난 20년간 남성의 발기생리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음경의
해부학적인 구조와 혈류역학이 규명됐다.

음경이란 해면체라고 하는 스폰지모양의 거대한 혈관덩어리이며 이
해면체내를 덮고 있는 내피세포와 평활근이 발기생리의 열쇠임을 알게 된
것이다.

해면체 평활근의 수축과 이완은 산화질소라는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좌우되는데 산화질소는 다시 세포내에서 c-GMP라는 신호전달물질을
활성화시켜 이것이 발기를 유지시키는 물질로 작용한다.

신약 바이애그라는 바로 이 c-GMP가 분해되는 과정을 막는 작용기전을
갖고 있다.

쉽게 설명하면 발기기전의 가장 말단의 세포내의 신호전달체계에서 파란
신호등이 빨간 불로 바뀌지 못하도록 인위적으로 스위치를 누르고 있는
상태다.

바이애그라는 심혈관계의 동맥경화증의 치료제로 연구되다가 음경혈류개선
효과에 초점이 맞추어져 발기부전치료제로 개발됐다.

미국내에서 임상시험을 거쳐 FDA(식품의약국)의 공인을 받은 세계 최초의
발기부전치료제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두통 저혈압 현기증 등 자칫 치명적일 수 있는 전신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며 일시적인 시력장애등도 동반될 수있다고 보고된다.

FDA의 승인을 받은 약제라 하더라도 한국인에게 적합한 약제인지,
적정용량은 얼마인지, 다른 부작용은 없는 것인지를 검증해야한다.

한국인을 위한 임상연구도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금 참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

바이애그라가 이론적으로 훌륭한 약제라 하더라도 증상이 가벼운 발기부전
환자에서는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되나 모든 발기부전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

심한 기질적 환자에게는 치료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들에게는 현재의 자가주사요법이나 수술적 요법이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다.

불로초를 구하려는 진시황의 꿈이 환상이었듯 모든 남성이 다 변강쇠가
되려는 꿈도 환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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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매주 화.목요일자에 싣습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