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한 국내기관이 내달 초 맨해튼에서 미국투자자들을 상대로 열 계획
이었던 한국투자 설명회가 무기연기됐다.

사전에 접촉한 대부분의 미국 투자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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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해 알만큼은 안다"며 참석을 정중하게 "사절"했다.

미국식 표현이어서 "사절"이지 우리식으로 보면 알기쉽게 "거절"이다.

일부 가까운 인사들이 한국을 보는 투자자들의 인식을 일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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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겠다는게 하나 둘이 아닌데 달라진게 뭐냐"는 얘기였다.

앞서 지난달 23일 워싱턴에서 열렸던 비슷한 행사도 성과없이 끝났다.

주한 미국상공회의소(AMCHAM) 간부들까지 날아와 지원사격을 했지만 시선을
돌리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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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CHAM의 한 관계자는 미국투자자들이 한국을 마뜩지 않게 보는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한국정부가 제시한 각종 개혁과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는데
대한 실망이다.

부실기업과 금융기관 정리가 늦어지는 것은 물론 이제는 복잡한 사안은
지방선거이후로 미루어지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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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노사분규에 대한 경계심이다.

기아자동차 처리를 둘러싼 노조의 실력행사 뉴스를 접하고는 "투자할 맛이
달아났다"고 한다.

세째는 매물로 내놓은 한국기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경영권은 그대로 가진채 지분 20-30%만 가져가라는 것은 "뒷돈이나 대는
백기사(white knight)"가 되라는 것이라며 떨떠름해 하고 있다.

환란의 시작이 "투명성 결여"에서 부터였다면 "신뢰성 결여"는 환란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것이어서 안타깝다.

이학영 < 뉴욕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