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우 < 산업디자인진흥원 원장 >

디자인은 생존전략이다.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던 작년 11월말 이후 우리국민들은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었다.

그래도 나라를 살리겠다고 있는자 없는자를 떠나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금모아 수출하기" 등에 나서는 모습은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감동적이다.

위기상황에 더욱 강해지고 단결하는 우리 민족이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어쩌다 이지경에까지 이르렀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다.

아무튼 경제회생을 위해 모두가 발벗고 나서는 국민들의 단합된 모습은
외국 금융평가기관들이 최근 한국에 대한 신용평가를 다소 상향조정하는데
조금이나마 기여했으리라 확신한다.

이제 당장 급한 불은 껐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는 바람속의 촛불같은
신세이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에 따라 우리 경제의 운명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정부와 기업의 전략 선택에 있어 무게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제회생을 위한 급선무는 투자유치와 수출증대를 통해 외화를 획득해서
하루빨리 외채를 상환하는 것이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으로 수출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수출증대 노력은 기업을 살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일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더더욱 중요하다.

우리는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최소의 투자를 해서 가능한한
빠른 효과를 봐야하는 특수한 상황이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것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은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주는 우리 경제상황에 안성맞춤 전략이다.

KIDP가 1996년에 디자인을 개선한 1백65업체를 조사해 보니 매출이 평균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에 투자한 돈은 30여억원이었고 매출액은 1천22억원 상승했으니
투자수익이 34배인 셈이다.

기술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보통 투자액의 5배를 넘지 못함을 볼 때
디자인은 적은 투자로 고부가가치를 낳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임을
잘 알 수 있다.

또한 디자인은 빠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이다.

디자인 개발은 평균 6~9개월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상품화 과정을 포함해도
투자후 1년이면 매출신장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신속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디자인은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생산기술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세계
최고의 상품을 만들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다.

지금 판매되는 상품의 디자인을 개선하기만 해도 부가가치 기준으로 본다면
수출이 배는 증가할 것이다.

작년에 KIDP가 디자인개발을 지원한 업체중 상위 18개사를 조사해 보니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평균 4백%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뛰어난 디자인상품은 불황에도 강하다는 것을 입증한 좋은 예이다.

새로운 디자인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스스로 판로를 개척해 나가기
때문이다.

이런 놀라운 결과를 낳는 디자인에 우리 기업과 정부가 승부를 걸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제 우리도 뛰어난 디자인을 개발하여 세계인이 사고 싶어 못견디는 일류
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수출도 제값받고 할 수 있고 끊임없이 도전해 오는 후발경쟁국들로
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더욱이 21세기는 지식산업이 지배하는 디자인시대가 될텐데 더 이상
디자인에 대한 투자를 늦출수는 없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