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해법에 세계 경제계가 주목하고 있다.

20일자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사설에서 한국의 기아자동차는 김대중
대통령에게 중대한 선택의 문제를 던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과감한 대응과 분명한 제3자 매각만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또 노동조합에 대한 최고통치자의 태도에서 정부의 성격이
명확하게 드러난다고 분석하고 김대중 대통령이 과거 대처수상이나 레이건
대통령과 같은 결단을 내려줄지에 세계의 투자가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설 전문을 긴급게재한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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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한 나라의 노사분규는 당시 행정부의 성격을 규정해 왔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정부와 영국 마가렛 대처 정부는 대표적 경우이다.

지난 81년 항공교통 관제사들이 대규모 파업을 벌였을 당시 레이건
대통령은 이에 강경하게 대처했다.

마찬가지로 대처 총리도 지난 84년 탄광 노조와의 싸움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같은 강경대응의 결과 이 두 지도자는 노조의 영향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도 지금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기아자동차 노조와의 싸움에서 어떤 식으로 대처하느냐에 따라 김대중
정부의 성격이 규정될 것이다.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기아 노조의 파업은 일상적인 노조운동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현재 1만4천명의 기아 근로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근로조건 개선이나
임금인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분히 그렇다.

이들이 요구조건은 정부가 기아자동차를 제3자에 매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난주말 기아 근로자들은 정부측에 기아의 제3자매각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기아 근로자들이 한차례 충돌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한국사정을 잘 아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기아자동차의 파업이 대중적인
지지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의 악영향을 우려해 주식을 대량
투매해 주가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기아자동차를 제3자에게 매각할 경우 누가 인수하든 상당히 많은 근로자
들을 해고해야 한다.

그래야만 기아자동차는 수익성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

한국 경제의 회복은 전적으로 기아자동차를 비롯한 많은 대기업들이
대규모 리스트럭처링이나 기업매각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수행하느냐에 달려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노사분규가 과격했던 역사를 갖고 있다.

노동자들은 때로 공장을 점거하고 심지어 관리자들을 인질로 삼기도 했다.

정부도 이에맞서 노조를 불법화해 간부들을 구속시키는 등 강력하게
대응했었다.

그러나 지금 기아에 과거와 같은 해결방법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민주적인 법에 의해 스스로 고통당한 적이 있는 야당출신의 김대중
대통령은 이번 기아파업 사태를 원만히 풀어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만약 이번 기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된다면
김대통령이 취임후 새롭게 맺은 노.사.정대타협이 무의미해질뿐만 아니라
한국 전체가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앞으로 5년임기동안 정부를 어떤식으로 끌고나갈지에
대해 명확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기아매각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나타냄으로써 김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확실한 대답을 해 줄 수 있다.

즉 한국정부가 그동안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온 재계와의 유착을 끊어낼
수 있을 것인가.

기업은 과연 잉여인력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인들이 외국 자본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를 버리고 환영을 표시할
것인가.

지난주 한국 법정은 기아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류종열 전 효성부회장을
법정관리인으로 지명해 기아자동차와 계열사인 아시아 자동차를 관리하도록
했다.

류씨는 기아에 관심을 보이는 회사에 기아를 매각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밝혔고 노조가 사무실을 점거한채 그의 출근을
가로막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기아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기아를 제3자에 매각하는 길뿐이다.

기아사태를 매끄럽게 해결하는 것은 지난해 금융위기에 이어 한국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길을 밟아가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증명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다.

기아 노동자들이 직장을 사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쓸수록 자신들은 물론
전체 노동자들을 더욱 심각한 실업난으로 몰고 들어갈 것이다.

만일 그들이 이같은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이제 대통령이 나서서 이들을
깨우쳐주어야 할 때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