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년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에 입성한 마거릿 대처는 개혁 과제를 3가지
로 압축했다.

행정개혁 노동개혁 금융개혁이 그것이다.

개혁 프로그램의 수순도 이 순서대로 매겨졌다.

정부개혁을 통해 국가경영의 기조를 바꾼다는 발상이었다.

대처 진영이 개혁과정에서 민간부문(시장)에 대해 세운 기조는 한가지
뿐이다.

시장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그대신 시장(민간기업부문)을 둘러싸고 있는 행정, 금융기능 등을 시장
경제원칙에 따라 서비스하는 시스템으로 고치는 일에 매달렸다.

대처 총리의 개혁주체들은 공공부문의 개혁이 먼저 이뤄지면 민간(기업)부문
은 자동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믿었다.

우리의 경우를 보자.재경부 산자부등 경제부처에서 집권여당에 이르기까지
한 목소리다.

저마다 경쟁적으로 "기업개혁"을 들고 나온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의 개혁은 수박겉핥기다.

신정부 초기 어슬프게 끝낸 조직및 기구개편 정도로 할만큼 했다는 식이다.

공기업개혁을 한답시고 작년에 공모절차를 거친 공기업 사장들까지 다시
공채키로 해 반발을 사고 있다.

개혁주체 인선부터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대처정부의 경우 정부개혁의 선봉장은 행정관료가 아닌 기업인이 맡았다.

마크 앤드 스펜서라는 의류업체 사장을 총리직속 효율전략팀(Efficiency
Unit) 팀장으로 임명했다.

데렉 레이너경 같은 시장경제신봉자들은 개혁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도록 했다.

개혁을 빌미로 또다시 관료를 늘리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지금 우리 정부도 이를 흉내내고 있다.

전문가활용, 위원회구성, 고학력 전문인력 특채 등 다양하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은 들러리일 뿐이다.

주체는 여전히 관료다.

이 방식은 60년대부터 경제부처들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이나 관변 학자들을 동원했던 방식과 별로 다를게 없다.

외부전문가들과 전문경영인들이 관료시스템을 평가하고 운영하는 식으로
개혁을 추진한 영국과는 딴판이다.

게다가 행정의한쪽 날개인 지방행정은 개혁 움직임조차 없다.

중앙이 아무리 투철해도 일선 지자체가 변하지 않으면 개혁은 공념불에
그치고 만다.

여당과 야당은 정개개편 논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고 지방행정은 선거를
앞두고 공중에 떠있는 상황이다.

대처 개혁은 우리와 반대였다.

행정개혁을 밑바닥(지자체)시스템부터 바꾸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중앙에서 지방을 개혁하는 "톱-다운" 방식을 택했지만 중앙 관료의 힘을
키워버리는 넌센스를 결코 범하지 않았다.

공기업민영화와 지방행정 개혁이 맞물리도록 했던 것이다.

우편통신 대중교통 상수도 등 자자체 고유업무를 전부 민간에 맡기는
식으로 지방관료의 비능률을 제거해 나갔다.

우리 프로그램도 문제지만 스케줄도 문제다.

생색과 업적을 염두에 둔 탓인지 너무 다급하다.

영국의 경우 대처 집권이후 금융빅뱅을 거쳐 영국병이 치유됐다는 진단이
나오기까지 80년대 10년이 걸렸다.

집권당이 바뀐 지금도 대처의 개혁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우리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2-3년안에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질수는
있다.

문제는 급한 나머지 속성 프로그램을 짤 경우 실제 시간은 더 걸릴 가능성
이 높다는 것이다.

< 이동우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