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주경기장을 당초 계획대로 서울 상암동에 건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8일 정부가 서울 상암동 주경기장 건립계획을 전면 백지화키로
방침을 정하자 PC통신에 이를 철회하라는 글들이 연일 게재되고 있다.

또 축구계는 주경기장 건설을 촉구하는 각종 궐기대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국가대표 축구팀 응원단인 "붉은 악마"회원 1백여명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회의 당사 앞에서 주경기장 건립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였다.

이들은 "월드컵 주경기장을 서울에 건설키로 한 것은 국제적 약속으로
인천 문학경기장을 주경기장으로 하려는 정부의 방침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5일에는 축구원로와 지방축구협회, 조기축구회 등 축구동호인
5천여명이 효창운동장에서 궐기대회를 갖고 주경기장 건설 백지화
방침 철회와 상암 경기장 신축을 요구할 예정이다.

한국OB축구회 이유형회장(88)은 "엄청난 경제 파급효과와 국민여론을
도외시한채 당장의 재원부담만을 이유로 주경기장 건립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근시안적 행정의 표본"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일반시민들의 사기도 크게 저하되고 있다.

하이텔에 sgw7799라는 ID를 사용하는 한 사람은 "대회 개최에 자신이
없으면 차라리 물러나는게 낫다.

괜히 월드컵사에 먹칠하지 말고 개최권을 포기하라"고 흥분했다.

한창국씨(35.서울 성북구 장위동)는 "지금이라도 정부가 결정을
재검토하기를 바란다.

월드컵 주경기장은 꼭 지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상암동 주경기장을 신축할 경우 4천5백20억원 가량이 들지만
인천시가 신축중인 문학경기장을 활용하면 10분의1도 안되는 4백억여원으로
주경기장을 확보할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문학경기장도 경비를 절감할수 없다고 반박한다.

월드컵개최도시평가위원회 한 위원은 "문학경기장도 최소한 1천억원
이상의 돈이 더 들어야 한다"며 "기존 5만1천석으로 설계된 관중석을
6만5천석으로 늘려야 하는 것을 비롯해 경기장 지붕 설치, 3개의 보조구장
건설, 주차장 3배이상 확보 등에 따른 추가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숙박시설과 1만여명에 달하는 취재진 수용시설도 추가로
건립해야 하기 때문에 득보다 실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노기성 연구위원은 "월드컵 개최로 생산유발효과가
약 8조원, 부가가치 유발효과가 3조7천억원, 고용창출효과가 24만5천명에
달할 것"이라며 "외환위기로 훼손된 국가이미지 쇄신, 지역경제 활성화,
국민화합 유도 등 국가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밝혔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은 완벽한 준비를 하고 있는 일본의 들러리로
전락해 적자대회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드컵조직위원회 박경진 홍보실장은 "월드컵 주경기장 건립계획을
국제축구연맹(FIFA)에 통보한 정부가 이를 번복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신인도 추락은 물론 월드컵 운영의 주도권을 일본에 빼앗기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은 "월드컵개최의 값어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김대중대통령도 월드컵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주경기장은 꼭 건립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주내에 월드컵 주경기장 건립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린다.

< 한은구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