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

우리나라 개혁역사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가깝게는 YS정부때도 개혁이란 간판을 내건 여러 위원회는 대부분 용두사미
로 끝났다.

"국민의 정부" 출범직전 활동했던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도 의욕만 앞섰지
정치적 흥정앞에 무릎을 꿇었다.

예산기능은 청와대산하 기획예산위원회와 재정경제부의 예산청으로 이원화
됐다.

재경부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간에 통상교섭정책을 놓고 벌써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부처 관료들은 사소한 정책 하나를 결정하는데도 청와대 재경부
기획예산위원회 예산청 등에 보고하고 협의하느라 돈과 시간과 노력을
이중삼중 낭비한다.

예컨대 금융정책.

재경부 금융감독위원회 한국은행 등 여러 시어머니를 모시게 됐다고
금융인들은 입이 나와 있다.

정부기능의 민간이양도 지지부진하다.

국민의 세금만 엉뚱한 곳에서 줄줄 새나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주선 규제연구센터실장은 "정부의 각종 정책이나 업무를
민영화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많은 공무원들이 민간기업 월급쟁이로 신분증을 바꿔 달아야 한다는
얘기다.

공무원을 줄인다고 해놓고 운전기사 경비원 여비서 등 고작 하위기능직만
정리한 건 진짜 개혁이 아니라고 이실장은 지적했다.

정부는 사기업에만 개혁하라고 목청을 높인다.

금융기관을 통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개혁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정부의 개혁이 가장 먼저다.

규제만능의 권위부터 버려야 한다.

그런 다음 금융개혁을 통해 은행 등 금융기관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야 옳다.

그러니까 개혁은 정부(행정)개혁->금융개혁->기업개혁의 순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규제만능의 권위부터 버려야 하는데 말이다.

남덕우 전 총리가 "규제만능의 사고방식은 개혁의 목적과 배치된다"고
말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그런 상황에서 기업개혁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아 한보등 부실기업 정리문제만 해도 정부의 간섭 때문에
채권은행들이 처리를 미루고 있다는 것.

새 정부가 해결할 개혁은 산더미같다.

중앙정부및 지방행정조직 공기업 금융시스템 교육 사법 세제 세정 등을
줄줄이 뜯어고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행정개혁에선 땜질식 보완이 아니라 운영시스템을 개편하는 총체적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혁에는 기득권세력의 강한 저항이 따른다.

정부개혁은 특히 그렇다.

모두가 찬성할 때를 기다리다간 기회를 놓친다.

그렇다면 개혁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개혁에 성공한건 정부가 명확한 목표를 내걸고 개혁청사진을 국민앞에
보이면서 자신감있게 개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지난 84년 시작된 뉴질랜드 경제개혁의 후반을 성공적으로 주도한 제임스
볼거(James Bolger) 총리의 말이다.

13일 영국 개혁의 전도사가 우리나라에 온다.

"영국정부 개혁의 어머니"로 불리는 다이애나 골즈워디(Diana Goldsworthy)
여사.

그녀가 "개혁은 혁명보다 쉽다"는 걸 훈수해 주길 개혁론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 정구학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