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서울 상암지구에 짓기로 했던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을 백지화하기로
한 정부방침에 대해 찬반양론이 뜨겁다.

정부가 이번주안에 최종방침을 확정한다고 하니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우리는 처음 계획대로 서울 상암지구에 월드컵 전용축구장을 건설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 이유는 두가지다.

우선 국제 체육계에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추락이 걱정된다.

월드컵 전용구장 건설을 백지화할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금으로서는 알수 없지만 만일 시정을 요구해올 경우 문제는
심각해지기 쉽다.

최악의 경우 월드컵 개최권을 반납하는 문제로까지 비화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벌써부터 영국의 더 타임스지는 "2002년 월드컵경기를 영국에서 개최할
수도 있다"며 발빠르게 나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판에 국제 체육계에서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 추락이 무슨 대수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오늘날 스포츠가 단순한 운동경기 차원을 넘어 스포츠마케팅이라는
거대한 성장산업으로 자리잡은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특히 전세계 대다수 국가에서 즐기는 축구의 상품성이 크다는 점은
세계각국이 월드컵 경기유치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실이
입증해주고 있다.

이같은 사정때문에 우리도 2002년 월드컵경기를 서울로 유치하기 위해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공동개최로 확정됐을때도 아쉽지만 기뻐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경제난을 이유로 국제 축구계에서 마저 약속을 깨고
신용을 잃게 된다면 축구계는 물론 일반국민들까지 크게 실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번 신용을 잃으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으며 얼마나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가는 요즘 우리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상암 월드컵 주경기장 건설백지화는 국민들의 사기를 위축시키고 커다란
좌절감을 안겨줄 것이다.

경제사정이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한강의 기적"을 이룬 우리가 경제난을
극복하지 못할것으로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세상에는 공짜란 없다.

월드컵경기를 통해 산업생산 고용유발 관광수입 등의 효과를 얻고자
한다면 전용구장 건설과 같은 경비지출은 당면한 경제난 극복은 물론 미래의
국가번영을 위한 투자다.

물론 IMF사태가 없었더라도 월드컵 경기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급적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월드컵개최를 계기로 침체에 빠진 경기를 부추기고 실의에 잠긴
국민들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다면 최소한의 경비지출에까지 굳이
인색해야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약속대로 상암 주경기장을 짓지 못할 만큼 경제사정이 어렵다면 궁색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차라리 월드컵 경기개최권을 반납하는 것이 낫지 않겠는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