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이 몰려온다.

무디스(Moody''s)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tandard & Poor''s) 등 세계 유수의
신용평가기관 관계자들이 지난해말부터 잇달아 방한, 국내시장 진출 의사를
밝혀 주목받고 있다.

이는 국내 신용평가시장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데다 기존 업체들의 노하우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들어선 이후 국내에서 이들 업체들의 지명도가
크게 높아진 점도 국내 진출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S&P 관계자들은 무보증 회사채를 발행하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신용평가 등의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나섰다.

지난해말 제일 한일 외환 등 5개 은행의 경영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방한,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같은 뜻을 밝혔다.

이와함께 정부가 신용평가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적 평판이 높은
외국 신용평가사의 국내 진출을 허용키로 한 것도 이들의 상륙을 앞당기는
촉매제역할을 할 전망이다.

현재 신용평가 업무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일정한 자본을 갖춰 설립
신고서만 제출하면 곧바로 회사를 차릴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따라 무디스나 S&P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이 국내에 진출할 경우 그동안 안정적인 3각 구도를 형성해왔던
신용평가시장 판도가 일거에 뒤바뀔 가능성이 높아서다.

이와함께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형성됨으로써 국내 신용평가 문화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도 없지않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미국 S&P와 무디스, 피치-IBCA, 더프&펠프스 등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중 1~2곳은 빠르면 올해안에 국내에 문을 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와 업무제휴나 합작형태의 진출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국내 신용평가 시장이 현재 2백억원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규모가
작아 외국기관의 단독 진출이 쉽지않을 것이라는 점과도 무관치 않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실제 외국 신용평가사의 국내 진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먼저 이들 외국 신용평가 기관들이 국내 진출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시장규모등을 감안할 때 사업전망이 불확실하다.

이와함께 미국 유럽 등의 기업들과 국내 업체들의 기업문화 특성이 다른
만큼 원활한 업무수행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없지않다.

이같은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금융계 관계자들은 "선진
신용평가사들의 국내 진출은 신용 문화를 정착시키고 활성화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 김수언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