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농부의 토지에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그 나무는 열매도 맺지 않고 단지 참새나 매미들의 피난장소가 될
뿐이었다.

그래서 농부가 베어버리려고 도끼로 한번 찍었다.

그러자 참새와 매미가 와서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줄테니 베지말라고
부탁했다.

농부는 귀도 기울이지 않고 도끼를 내리쳤다.

나무에 구멍이 난 순간 벌집과 꿀을 발견했다.

농부는 꿀을 먹어보고는 도끼를 던져버렸다.

그리고 그 나무를 신성한 것인 양 소중히 다루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얘기로 사람의 이기심을 그리고 있다.

사람은 자신을 위해 나무를 심는 것이 아니라 부를 위해 심는다는 애덤
스미스의 말이 생각난다.

생태학자 이도원 교수(서울대 환경대학원)의 에세이집 "떠도는 생태학"에
이런 글이 보인다.

"식목일은 지난날 헐벗은 산을 녹화하기위해 제정했지만 심은 다음 가꾸기
라는 뜻도 빠져있고 나무 목자가 강조됨으로써 키작은 식물은 잡목과 잡풀로
경시하는 경향을 낳았다.

숲은 큰나무를 심는 것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이 시대에 걸맞은 숲가꾸기의 날을 기릴 멋진 이름을 생각해 볼 일이다"

1949년 식목일 제정이후 지속해온 나무심기 덕택으로 벌거숭이 산이
사라지고 전국에 수령 30년이상의 인공림이 많이 조성됐다.

이교수의 말은 울창한 수목도 좋지만 이제는 생태적으로 균형잡힌 숲을
생각할 때라는 것이다.

숲가꾸기의 하나로 조성된 인공림에 "솎아베기" 즉 간벌을 실시하자는
움직임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산림청 임업협동조합 환경단체 등이 "생명의 숲 가꾸기국민운동"을 결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간벌은 나무를 크게 자라게 해서 목재로서의 가치를 높여준다.

또 간벌한 숲은 토양에 영양분을 더 많게 해주고 홍수에도 잘 견딘다고
한다.

간벌이 필요한 산림은 전국적으로 2백50만ha 가량으로 추정된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아래서 이 산림에 대한 간벌은 2백일동안
10만명정도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다 한다.

일석이조인 셈이다.

사방과 목재를 우선 생각하고 해온 식목이 예기치않은 IMF시대를 맞아
우리국민에게 일자리까지 제공하게 될 줄이야 누가 예측했겠는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