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공식통화 선택 '고심' .. 실무자 달러/유러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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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로 할까, 유러로 할까.
스위스 프랑은 어떨까.
아니면 아예 새로운 돈을 만들어 버릴까"
로마교황청이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공식 화폐로 무엇을 써야 할지 심사숙고중이다.
교황청에 이 고민거리를 안겨준 장본인은 유럽연합(EU)의 단일통화도입.
내년 1월부터 유러가 EU의 대표통화가 된다.
당연히 단일통화 참여국인 이탈리아도 리라 대신 유러를 사용하게 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현재 교황청은 리라를 공식통화로 사용중이다.
지난 31년 이탈리아 독재자 뭇솔리니와 "리라를 교황청 공식통화로
한다"는 협정을 맺은 후부터다.
이제 리라가 없어지게 됐으니 교황청은 공식통화를 새로 지정해야 할
처지가 된것이다.
교황청이 어느 나라 돈을 공식 통화로 결정할 것인지는 국제금융가에서
큰 관심거리다.
예산규모가 만만치 않은데다 그 상징성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교황청의 연간 예산(96년 기준)은 2백97조 리라.
한화로 약 2백22조원으로 올해 한국예산의 3배나 된다.
교황청내부에서는 달러를 공식통화로 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달러를 결제통화로 사용하는 교구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유러로 하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같은 경제권인 이탈리아를 따르는 게 여러면에서 편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바오로 교황은 달러나 유러를 마뜩잖게 여기고 있다.
그는 교황청이 강대국에 예속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때문에 실무진의 강력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달러나 유러가 공식통화로
지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스위스 프랑화.
스위스는 강대국이 아닌데다 중립국이어서 교황의 구미를 당길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더구나 경제도 안정돼 있어 프랑이 공식통화가 될만한 자격은 충분히
있다.
이런 가운데 이참에 교황청 자체 통화를 만들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교황청은 최근 통화문제를 다루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올 가을까지 공식통화를 지정할 계획이다.
어떤 화폐든 교황청의 공식통화가 되면 위상이 크게 올라간다.
이에따라 미국 EU 스위스정부는 자신의 화폐가 교황청의 공식통화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EU는 얼마전 교황청이 유러를 택해주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하기
까지 했다.
달러, 유러, 프랑, 자체통화-이중 어느 것이 교황청의 공식통화로
낙점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 이정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
스위스 프랑은 어떨까.
아니면 아예 새로운 돈을 만들어 버릴까"
로마교황청이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공식 화폐로 무엇을 써야 할지 심사숙고중이다.
교황청에 이 고민거리를 안겨준 장본인은 유럽연합(EU)의 단일통화도입.
내년 1월부터 유러가 EU의 대표통화가 된다.
당연히 단일통화 참여국인 이탈리아도 리라 대신 유러를 사용하게 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현재 교황청은 리라를 공식통화로 사용중이다.
지난 31년 이탈리아 독재자 뭇솔리니와 "리라를 교황청 공식통화로
한다"는 협정을 맺은 후부터다.
이제 리라가 없어지게 됐으니 교황청은 공식통화를 새로 지정해야 할
처지가 된것이다.
교황청이 어느 나라 돈을 공식 통화로 결정할 것인지는 국제금융가에서
큰 관심거리다.
예산규모가 만만치 않은데다 그 상징성이 특별하기 때문이다.
교황청의 연간 예산(96년 기준)은 2백97조 리라.
한화로 약 2백22조원으로 올해 한국예산의 3배나 된다.
교황청내부에서는 달러를 공식통화로 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달러를 결제통화로 사용하는 교구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유러로 하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같은 경제권인 이탈리아를 따르는 게 여러면에서 편리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바오로 교황은 달러나 유러를 마뜩잖게 여기고 있다.
그는 교황청이 강대국에 예속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때문에 실무진의 강력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달러나 유러가 공식통화로
지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게 스위스 프랑화.
스위스는 강대국이 아닌데다 중립국이어서 교황의 구미를 당길 것이라는
근거에서다.
더구나 경제도 안정돼 있어 프랑이 공식통화가 될만한 자격은 충분히
있다.
이런 가운데 이참에 교황청 자체 통화를 만들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교황청은 최근 통화문제를 다루기 위해 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회는 올 가을까지 공식통화를 지정할 계획이다.
어떤 화폐든 교황청의 공식통화가 되면 위상이 크게 올라간다.
이에따라 미국 EU 스위스정부는 자신의 화폐가 교황청의 공식통화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EU는 얼마전 교황청이 유러를 택해주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하기
까지 했다.
달러, 유러, 프랑, 자체통화-이중 어느 것이 교황청의 공식통화로
낙점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 이정훈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