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아파트 상가 토지 등 종류를 가리지
않고 급매물이 넘쳐 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신청에 따른 구조조정 여파로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을 처분하는 사람이 많다.

서울 강남지역이나 신도시주변의 중개업소에는 업소마다 10여건의 급매물이
새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성공적인 입주로 꼽히던 일산 분당신도시의 아파트가격은 일제히 30~40%
정도 하락했다.

IMF사태 이전에 1억8천만원에 거래되던 일산 후곡마을 롯데아파트 32평형은
1억4천만원에 급매물로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요지의 아파트도 40평형을 기준으로 평균 1억원정도 하락했다는게
근처 중개업자의 말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등 40평형대 이상 대형아파트의 하락폭은
최고 3억원에 달하고 있다.

급매물 이외에는 거래가 거의 안되다보니 급처분가격이 시세로 굳어지는
추세마저 나타나고 있다.

급매물이 가장 많은 물건은 상가.

대우경제연구소 조창희 연구위원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영업부진으로
상가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촌등 대학가의 알짜배기 상가도 권리금없이 급처분하는 매물이 속출"
(강경래 한국개발컨설팅사장)하는 실정이다.

매상이 뚝 떨어져 장사를 해봐야 손해만 커지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운전자금을 마련하기위해 보유부동산을 대거 매물로 내놓고 있다.

기업부동산관련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델코컨설팅에는 매물이 1천건정도
접수돼 있다.

절반은 외국인주인을 물색중이고 절반은 국내매각을 추진중이다.

부도기업인 뉴코아는 2백30건의 대량물건을 내놓고 있고 진로도 60개의
물건을 대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실제 거래분은 거의 없다.

델코의 최진성 사장은 "30%정도 하락한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북의 경우 공시지가 수준에서, 강남은 공시지가의 80~90% 수준에서
땅값이 안정될 것으로 최사장은 전망했다.

오피스텔도 IMF이전가격의 70%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막 준공된 오피스텔은 거의 임대가 나가지 않는다.

"지난해 10%를 밑돌던 강남지역 업무용빌딩의 공실률은 최근 20%를 넘었을
것"(정광영 한국부동산컨설팅사장)이란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고 이에
발맞춰 외국인의 문의도 폭주"(이은미 델코컨설팅과장)하고 있어 주변시세
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나온 급매물을 잡으면 예상외의 투자수익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급매물은 시세보다 20~30%가량 낮은 가격에 출회되고 있다.

이에따라 급매물건을 꼼꼼히 살펴보고 구입하면 숨어있는 진주를 발굴할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들은 "부동산가격의 거품제거 국면이 좀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반등국면을 예상한 투자시점 찾기에 나서야 할때"라고 말하고 있다.

유망부동산매물은 부동산중개업소나 부동산전문지 PC통신 등을 통해 찾아볼
수 있다.

< 백광엽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