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정계개편에 대한 자민련의 입장은
확고하다.

가급적 빨리, 폭은 크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정권의 다른 한 축인 국민회의측은 아직 때가 무르익지 않았다며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과 너무나 대조적이다.

한나라당 김종호 박세직 의원의 탈당과 자민련 입당을 신호탄으로 정치권
판짜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게 자민련측의 얘기다.

자민련은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한 국민회의 수뇌부의 "만류"에
곤혹스러워 하는 눈치다.

자민련 박태준 총재가 지난주말 김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에서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하지 않는다"는데 합의했음에도 불구, "자연적으로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볼멘 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이같은 맥락에서다.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발에 따른 정국경색을 감안할 때 "호흡조절"이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하나 굳이 "인위적으로" 정계개편을 미룰 이유는
없다는게 자민련의 판단이다.

자민련내에서는 정계개편이 급속도로 이뤄질 경우 국민회의 입장이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에 견제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자민련이 한나라당 중부권 영남권 의원을 대거 영입할 경우 원내 제1당을
넘보는 수준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민련이 정계개편을 서두르는 까닭은 우선 4월부터 재론키로한 김종필
총리 국회임명동의 문제 때문이다.

"서리"꼬리를 떼내지 않는한 김총리서리나 자민련으로서도 공동정권에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는 만큼 재투표 등에 대비한 수적 우위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6월 지방선거의 공천 지분확보를 위해서라도 덩치불리기가 시급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민련이 정계개편을 수단으로해 지향하고 있는 것은 내각제
개헌 관철이다.

앞으로 내각제 개헌문제를 놓고 국민회의측과의 기세싸움에서 뒤지지
않으려면 세불리기가 선행돼야한다는 얘기다.

한편 자민련의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에서 적게는 20명, 많게는 40명이
우리쪽 성향으로 분류됐다"고 말해 이들의 영입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김형배 기자>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