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금융빅뱅(금융대개혁)이 4월1일 막을 올린다.

자본및 외환거래, 해외투자가 자유화된다.

금융업종간의 벽도 허물어진다.

1천2백조엔에 이르는 개인금융자산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움직이게
된다.

대장성의 "호송선단식 행정"에 맞춘 줄서기와 저금리등 "금융쇄국"의
빗장이 풀리고 마침내 금융대경쟁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금융유신"이 일어날 것인가.

버블시대에 이어 또다시 "제2의 미니 붐"에 그칠 것인가.

일본판 빅뱅이 몰고올 파장을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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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산 1억엔을 넘는 귀하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은행이
있습니까..."

미국 시티은행은 최근 일본신문에 이같은 광고를 냈다.

40만에서 50만세대로 추정되고 잇는 일본의 "억만장자"들을 대상으로
미국 유럽시장의 인기금융상품 판촉에 나선 것이다.

광고를 낼때마다 5백건이상의 문의가 들어왔다.

신규계좌개설도 종전의 3배로 늘어났다.

뉴욕 본사 경영층의 우려와는 달리 "황금주머니"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무려 1천2백조엔에 이르는 개인금융자산을 유치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은
혼전을 벌이게 됐다.

세계최대증권회사인 미국의 메릴린치사는 부자들이 많이 사는 22개
지역을 거점확보대상으로 선정했다.

도산한 야마이치증권의 1백18개점포 가운데 이들 지역에 있는 31개 점포를
인수했다.

일본관계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평가할 정도로 알짜만을 확보했다.

금융기관들이 왜 이처럼 개인고객확보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가.

그 해답은 간단하다.

4월1일부터 실시되는 자본 외환거래 해외투자의 자유화,
외환취급지정은행폐지 등으로 개인자산의 이동이 자유화되기 때문이다.

돈의 흐름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시티은행등은 전체 개인자산의 56.8%(97년6월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예금과 저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14.1%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비중이다.

초저금리(공정할인율 0.5%)의 예금에 대규모로 몰려있는 자금을
빼내가겠다는 것이다.

금융산업의 기존 영역붕괴도 빅뱅이 몰고올 새로운 변화의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편의점이 은행화를 추진하고 있다.

편의점업체인 AMPM재팬은 "전화 한통화로 달러를 댁으로 보내드립니다"는
슬로건으로 4월부터 이화택배서비스에 나선다.

서클케이는 은행화를 목표로 투자신탁 공사채 보험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은행 증권 보험 신탁등 금융산업내의 칸막이도 사라진다.

은행창구에서 투자신탁상품을 판매하게 된다.

증권회사에서도 결재기능이 있는 증권종합 구좌를 개설할 수 있게된다.

외화로 쇼핑을 할 수 있는 전문점도 선보인다.

부인복및 잡화점업체인 페그사(나고야시)는 4월중 달러나 프랑화로
물건을 살수있는 전문점을 아이치현에 오픈한다.

엔약세때는 외화로, 엔강세때는 엔화로 쇼핑을 할 수 있게 한것이다.

기업들도 재무부문을 강화, 글로벌뱅크체제구축에 나서고 있다.

미쓰비시상사는 미국 유럽의 재무부문을 은행화, 저코스트의 자금을
기동성있게 조달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다.

히타치도 해외자회사와 개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자금결재를 4월중에
통합하기로 했다.

닛쇼이와이는 6월께 단독출자형태로 증권자회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주식과 투신의 판매수수료의 자유화로 금융기관들의 줄서기관례도
무너진다.

노무라증권은 4월1일부터 매매대금 5천만엔을 초과하는 부분의
주식위탁수수료를 최대 1백%까지 할인해 주기로 했다.

닛코증권은 5천만엔에서 1억3천만엔까지는 27만2천5백엔을, 그 이상의
경우 현행수수료의 40%를 할인해 줄 방침이다.

99년말까지는 5천만엔 이하의 주식위탁수수료까지도 완전 자유화된다.

"헤이세이 금융개국"으로 불리는 이번 조치가 일본 금융산업의 기존 틀을
뒤바꿀 정도로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3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