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는 광고산업에 대해서도 몇가지 변화를 시도할 모양이다.

우선 기존의 공보처 광고진흥국의 업무를 문화관광부 방송광고과로
이관시킨다고 한다.

정부나 민간부문이나 조직을 슬림화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긴 하나
1국 3과가 담당하던 업무를 1개 과업무의 일부로 축소시킨다면 이는
광고산업 자체를 경시하는 것으로 비칠수 있다.

또한 한국방송광고공사 개편과 관련된 여러가지 설이 있으나 어떻게
개편되든 염려스러운 것은 그간 광고공사가 담당해온 광고산업 진흥사업들이
축소내지는 폐지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결국 현재로서는 새정부의 광고진흥에 대한 정책의지가 부각되지 않고
있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광고산업의 장래를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광고산업은 작년까지 세계 7위의 규모로 성장했다.

그러나 광고수준에서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광고 실무자및 관련인사들의 93%가 우리나라 광고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진다고 답한 최근의 조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이는 마치 규모에서는 세계 10위권에 육박하면서도 내용면에서는 낙후성을
면치 못했던 우리 경제의 모습과도 유사하다고 할수 있다.

우리 광고의 수준이 뒤진다는 사실은 실제 외국기업의 마케팅이나
광고전문가들을 만나보면 자주 확인된다.

한국의 광고는 전략적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과학적이지 못하고, 각종
광고관련 제도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지적이다.

우리사회에서는 아직 광고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광고가 허위를 조장하고, 도덕을 오염시키고, 청소년을
타락시키며, 지성을 파괴하는 성가신 존재쯤으로 치부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제품값을 올리고,과소비를 부추기고, 소비자를
기만하고, 독점을 조장하는 반경제적인 측면만을 먼저 떠올린다.

그렇지만 광고에 대한 이런 비난은 광고를 지나치게 단선적으로만
이해하는데서 오는 오해라고 할수 있다.

제품가격을 인상시킨다는 지적에만 국한시켜 생각해보더라도, 광고비를
소비자가 제품값에 추가하여 지불한다는 점은 피상적인 일면에 불과하다.

광고는 수요를 창출하고,그에 따라 대량생산으로 효율성이 높아지면
제품은 훨씬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에게 제공될수 있다.

나아가 광고는 유용한 제품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가 제품의 질과 값을
비교해 합리적인 구매를 할수 있도록 도와준다.

생산자에게는 보다 낮은 가격에 새롭고 질좋은 제품을 생산하도록
경쟁을 자극하기도 한다.

거시적 측면에서는 광고가 자원의 배분구조를 최적화하고 자원이동에
따르는 사회비용을 절약시킴으로써 소비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런 측면에서 광고는 바로 자본주의 시장원리를 가장 충실히 이행하고
정착시키는 도구라고 할수 있다.

우리가 당면한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지름길이 수출확대라고 할때, 수출을
촉진하고 유리한 수출조건을 확보할수 있게 하는 것도 바로 광고다.

우리나라 수출의 최대 약점이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가 없고 해외
마케팅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해외 마케팅 강화에는 여러 방안이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수단중의
하나가 광고라고 할수 있다.

광고가 우수해야만 우리 브랜드를 외국 소비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로
부각시키고 그 가치를 배가시킬수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광고의 진흥이 더욱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광고산업의 진흥이 필요한 부분은 많다.

우선 양질의 광고를 만들고 광고산업의 국제화를 추진할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할수 있다.

대행수수료제도를 국제관례에 따라 개선하여 광고회사의 경쟁기반을
강화하고 광고제작업체의 육성도 도모해야 한다.

광고의 과학화는 우리 광고계의 오랜 숙원이다.

이를 위해 시장과 소비자의 이해를 위한 노하우 개발, 발행부수 공사제도
(ABC제도)의 실시, 시청취율조사의 본격화, 광고요금의 합리적인 조정 등을
서둘러야 한다.

제도개선 부분에서는 과당경쟁에 따른 폐해와 광고대행에 얽힌 부조리제거,
광고산업 구성체간의 불평등관계 해소 등이, 매체부문의 영업및 거래의
후진성, 편집과 광고의 유착문제 등과 함께 해결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광고법규와 광고심의제도를 재정비하여 상업언론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한편 무분별한 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사회질서를
보존하는 일도 정책기관의 특별한 관심을 요한다고 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