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실업시대에 적당한 수입과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는 사외이사 "3관왕",
"2관왕"들이 쏟아져나와 부러움을 사고 있다.

16일 증권거래소와 재계에 따르면 14일 현재 12월 결산 상장사 주총 결과
2,3개기업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된 "운좋은" 인사들이 석진강 변호사 등
8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한 기업의 사외이사에 대한 보수가 한달에 50만원에서 2백만원선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1백만이상의 수입을 받을 것으로 보여 중견 전문직
실직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의 다관왕 "등극"은 한 사람이 3개 기업까지 사외이사를 중복해서
맡을 수 있도록 한 현행 증권거래소 규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석변호사는 대우전자 오리온전기 대우전자부품 등 대우그룹 3개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선임돼 국내 기업에 사외이사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사외이사 3관왕"이 됐다.

12.12, 5.18사건 및 전두환 전대통령 비자금 사건에서 전전대통령의
변호인을 맡아 세간에 알려진 석변호사는 대우그룹의 고문변호사를 오랫동안
맡아온 덕에 3개 계열사 사외이사를 맡았다고 대우측은 밝혔다.

또 현소환 전연합통신 사장은 대우통신, 한국전기초자에서, 이문희
한국일보상임고문은 대우전자, 대우전자부품에서 각각 사외이사로 선임돼
언론계 인사들의 대우 계열사 사외이사 진출이 두드러졌다.

김두희 전법무부 장관은 대우중공업과 녹십자의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김문곤 전한국산업증권 전무는 동일제시와 태림포장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올 주총에서 사외이사 인기후보 1위인 공인회계사중에서는 대전지방국세
청장을 역임했던 이영우씨가 유일하게 한미약품공업과 비와이씨 등 2개사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중소기업인으로는 부산의 새한화학 사장인 변기수씨가 송원산업과 이
회사의 계열사인 송원칼라 등 2개사에서, 호남철재대표인 최희문씨가
청호컴퓨터, 고니정밀 등 동일 계열의 2개사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사외이사 인선에 어려움을 겪자 다른 기업에서
이미 사외이사로 선임된 인사를 영입해오고 있다"며 "올 주총이 끝나면
사외이사 다관왕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박주병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