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기 서울의 중심은 종로구 인사동 194 일대였다고 전해진다.

연산군때 한성부 판윤을 지낸 능천부원군 구수영(1456~1524)의 집터로
헌종의 후궁 경빈 김씨가 살던 순화궁이 들어섰다가 독립선언문을 낭독한
태화관이 됐던 자리다.

태화관은 명월관 종로경찰서 기독교사회관을 거쳐 사라졌지만 인사동
지역은 여전히 서울의 중심지이자 지식인과 문화예술인의 집결지였던 자취를
간직하고 있다.

민익두 이진승 정순주 김승현 가 등 지방민속자료로 지정된 고가가 집중돼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내 5백개 업소중 82%가 고미술품점과 화랑 고서점
표구사 필방 전통찻집등 전통과 예술에 관련된 곳이다.

따라서 인사동에는 옛것, 낡은 것이 주는 편안함과 새로운 예술이 주는
신선함이 공존한다.

서울의 다른곳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역사의 흔적과 조상들의 숨소리를
인사동 거리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다.

외국인들이 경복궁 창덕궁등 고궁과 함께 인사동을 찾는 것도 바로
이처럼 한국 고유의 전통을 느낄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사동은 또 걷기에 참 좋은 거리다.

긴장을 푼채 걸으며 옛사람들의 정신과 손때가 묻은 그림과 글씨, 공예품을
구경하다 보면 사는 일에 지쳐 팍팍해진 몸과 마음을 달래고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인사전통문화보존회가 이런 인사동 일대를 보다 아름답고 깨끗하게 보존
발전시키기 위해 15일부터 문화특구 지정을 위한 1백만인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문화관광부와 서울시 종로구청등이 협의해 이 일대를 문화특구로
지정해주면 문화환경을 저해하는 개발행위를 제한하고 비문화업소 진입을
방지해 전통과 예술이 살아있는 문화지역으로 육성할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현재 곳곳이 막혀 있는 골목을 활성화시켜 구역별로 공예의 거리,
전통음식의 거리, 전통차의 거리, 전통도자의 거리, 고미술의 거리를 만들어
내국인은 물론 외국관광객을 흡수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인사동이 6백년 고도 서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명소가 될 날을 기다린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7일자).